이상기후와 기상이변을 재촉해 온 경쟁 논리

김종환 (연세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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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48호 | 발행 2011-01-08 | 입력 2011-01-06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 (다국적 석유 기업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소수의 과학자들을 제외하면) 상식이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징후들을 비전문가들의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왔다. 

매일매일의 날씨를 다루는 기상과 달리 기후는 30년 이상의 통계적 추세를 다루기 때문이다. 기상이변 한 번만으로는 그것이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대기의 일시적인 요란현상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전문가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갖가지 시간변화 그래프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증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왔다. 빙하가 녹는 사진들은 직관적이기는 했지만 기후변화가 먼 나라의 문제라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2010년은 특별한 해였다. ‘기후변화 종합 재해 세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상기후 현상들이 한국에서 1년 내내 지속적이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녹색성장위원회는 2010년 국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이상기후 현상들을 정리해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2010년 첫 출근이었을 1월 4일에 관측 이래 최대 폭설이 내려서 서울의 교통 체계는 사실상 마비됐다. 당일 폭설뿐만 아니라 2009년 말~2010년 초 전체가 25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2010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찾아온 30년 만의 강추위는 제외한 것임). 

2010년 3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는 역대 1위의 이상저온 현상과 일조량 부족이 지속됐는데 그 결과 가을에 배추값이 폭등했다. 

여름에는 열대야가 평년보다 2배 이상이었는데(지난 10년 중 최다였다.) 낮에도 평년보다 폭염이 오래 지속됐다. 

△2010년 1월 4일엔 관측 이래 최대 폭설이 내렸다. 기후 변화는 최근 ‘눈에 띄도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추석 연휴인 9월 말 서울에 내린 폭우는 1백2년 만에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는데, 서울시 빗물펌프장의 설계 용량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결국 광화문 사거리까지 물에 잠겼다. 이 밖에도 짧은 기간에 집중된 태풍과 역대 최고였던 가을황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도 지난해 못지 않은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글자 그대로 ‘눈에 띄도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난해 12월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는 언론에서조차 그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배출권 거래제

이명박 정부는 배출권의 90퍼센트를 무상으로 할당하기로 한 어처구니없는 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배출권 거래제의 진정한 목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진짜 조처들은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

2008년에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나라에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는데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증가 속도마저 1990년대보다 빠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UN 온실가스 감시 보고서는 과거 수년 동안 정체돼 있던 메탄가스 농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기온이 따뜻해지고 강수가 많아져 북극의 습지와 열대우림에서 메탄가스 배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기후변화 가속 현상은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체제가 뿌리박고 있는 생태계의 안정보다 자본가들의 이윤이 중요시되는 현상은 마르크스가 말한 생산관계가 생산력 발달을 저해하는 모순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자본가들은 기후변화를 몰라서가 아니라 경쟁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없다. 기후변화 파국을 막기 위한 운동이 반자본주의의 운동으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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