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에 시작된 전 세계 주가 폭락 사태를 보며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마르크스가 옳았다. 자본주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 하고 말했다. 

주류 언론들도 입을 모아 이번에는 2008년과 달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가 제로 금리를 2013년까지 유지하겠다며 “자기 손발을 묶”은 뒤에야 주가 폭락이 진정됐다.

세금을 늘려서 재정적자를 메울 수도 있지만 이는 자본가들의 저항 때문에 시도도 못하고 있다. 오바마가 공화당에 무릎을 꿇은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우리는 저들의 위기에 대가를 치를 수 없다"  해고와 임금·복지 삭감은 위기를 심화시키고 대중의 삶을 파괴할 뿐이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나 폴 크루그먼 같은 사람들은 케인스주의 정책 중에 아직 선진국 정부들이 제대로 쓰지 않은 정책 즉, 정부가 직접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긴축 정책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고, 따라서 소비를 위축시켜 결국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옳은 지적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소비지출 감소였다.

무엇보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책은 당장 필요하다. 

높은 실업률

문제는 재정 위기에 직면한 정부들이 이런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가 임기 내에 실업률을 8퍼센트 이하로 낮추고자 하면 매달 2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로 오히려 지출을 삭감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져 버렸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이미 파산했거나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유럽 중앙은행과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긴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 같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려면 부채 상환 중단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은행과 투기꾼 들의 밑빠진 독에 물을 붓기 위해 노동자·민중이 고통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행 국유화, 자본 통제 도입, 공공투자 프로그램 등 더 광범한 경제 정책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민중의 일자리, 소득, 복지를 늘려야 한다.

물론 이런 변화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일단 현 정부들이 추진하려 하는 정책을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돌려놔야 한다. 경제 위기로 이윤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욱 결사적이 된 자본가들의 저항도 제압해야 한다.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에서 벌어지는 긴축 반대 노동자 투쟁과 파업이 계속 전진한다면 이것이 가능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하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앞서 말한 급진적 대안들이 채택돼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의 전진은 고장난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생 발전”하자면서 복지 공격하는 이명박

이명박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우리는 밟아서는 안 된다”며 2013년까지 균형 재정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원인 및 주요 경과’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정부는 세 나라의 재정위기 원인으로 ‘관대한 복지’(그리스)와 ‘높은 임금’(포르투갈)을 꼽았다.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세 나라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내 다른 나라들에 견줘 크게 낮고 실질임금도 유럽 나라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8년에 미국과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은행 부실을 떠안는 과정에서 그 일부를 유럽 내 주변부 나라들에 전가한 것이 이 나라들이 위기에 더 취약해진 진정한 이유다.

이명박은 이처럼 근거도 없이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하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공생 발전”을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최근에도 무려 10만 명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이를 비관한 노인들의 자살이 줄을 이었고,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도 대폭 줄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복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여당도 이 점은 다르지 않은데 참여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6월 2일에 발표한 정책 자료에서 “[민주노동당의] 의료비 관련 정책은 … 엄청난 재정적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하고 비판한 바 있다.

재정 건전성

따라서 이런 정당과 통합하거나 연립 정부를 구성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진보진영 내 일부 지도자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시도는 오히려 진보진영을 정치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의 강령도 대폭 후퇴시키고 부유세 같은 정책도 슬그머니 한켠에 미뤄 두고 있다. 

공공노조 산하 연구기관인 사회공공연구소는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보험료와 세금을 더 내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복지 삭감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부유세나 무상의료 같은 진보진영의 전통적 대안들이야말로 오늘날 진정으로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요구들을 현실로 만들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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