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9월 25일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려는 임시당대회를 소집했다. 그것도 수임기관 내부의 이견 때문에 합의가 안 되자, 당권파 지도부가 직접 대의원 서명을 받아 당대회를 소집했다. 

이런 초유의 상황은 당권파 지도자들의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과의 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당 안팎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함께 보여 준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 김성진 최고위원조차 “진보신당에서 부결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 국민참여당과 하자는 태도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물론 진보신당 독자파가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거부한 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 한 요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도 아닌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이 정당화될 순 없다. 이정희 대표도 인정했듯이 “진보정치대통합은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지지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부결 이후에 진보신당 통합파와 민주노총 임원들, 진보 지식인들이 결성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가 진보대통합을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민주노동당이 이번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정하면, 이들을 내치면서 진보대통합을 거의 파산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이 반복돼 오면서 진보대통합이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는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감동이 아니라 짜증과 상처들”(손호철 교수)뿐이게 된 것이다. 

“짜증과 상처”를 낳은 핵심은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다. 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민중을 고통스럽게 한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당이기 때문이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 선언은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권영길 의원은 “참여당이 통합하고자 한다면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할 강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이의엽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통합의 길에서 과거를 불문하겠다”며 “어떤 조직적 성찰이나 반성, 이런 얘기를 어떤 결정도, 표현도 한 바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참여당에게 구애했다. ‘묻지마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참여당 지도부는 이미 민주노동당 수임기관의 간부를 비공식적으로 만나 “참여당이 논의에 참여하는 강령의 작성이 새 정당 참여의 필수 요건”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경악”

‘논의에 참여’해서 참여당은 무엇을 요구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참여당의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 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진보 양당이 얼마 전 합의한 강령 초안이 “전반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드러나는 …  편향적 태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에 부담을 줄 ‘파견제 철폐’가 “적시되는 것”을 “경계”하며,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여당이 ‘5·31 합의문을 동의한다’고 했던 것이 결코 진심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진보 양당의 강령 초안은 5·31 합의문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31 합의문에 동의했으니 참여당은 이제 진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던 세력은 정당성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이의엽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런 모순을 해명하기는커녕 “[5·31 합의문] 문구 수정은 당연하다”며 “유연하고 대중적으로 가다듬어야 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참여당이 진보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니 통합할 만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진보의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친자본주의 정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의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정치의 성장을 위해 외연 확대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고민은 있을 수 있다. 세력이 있어야 힘이 있고, 힘이 있어야 진보와 개혁을 쟁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 정서를 이정희 대표는 9월 21일 당원 호소문에서 “진보정당이 더 이상 언제까지 무력하게 국회 안에 존재하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겠습니까. … [국민들은] 우리가 표 찍어 주고 이기게 해 줄 테니, 제발 합치기만 하라고들 하십니다” 하고 표현했다. 

민주노동당 송재영 경기군포위원장도 “참여당 합류”가 오히려 “반신자유주의 정치 전선을 확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참여당 견인론이다. 

물론 몇몇 쟁점에서 참여당과 공조를 취할 수도 있다. 오세훈 투표 거부 운동 같은 쟁점은 함께하는 것이 유용했다. 세력 확대나 의석수 늘리기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개혁을 쟁취할 동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미FTA를 찬성하고 ‘무상의료’, ‘파견제 철폐’를 거부하는 당과의 통합이 어떻게 “반신자유주의 정치 전선을 확대”하는 것일 수 있겠는가.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파견제 철폐’를 요구하지만 참여당은 ‘반기업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는 화해불가능한 것이므로 참여당과 진보정당이 합당한다고 ‘덧셈의 정치’가 이뤄질 순 없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좌파적 창당 강령을 폐기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하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해 진보의 가치들을 ‘뺄셈’하고 있다. 

반면 참여당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민주노동당이 “계급적 편향성”을 못 벗었다며, 통합하면 “민주노동당 당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한다. 

참여당 창당 주역인 천호선은 그 지향점을 “중도적인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8월 19일 발표한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 선언문의 지향점과 완전히 대조적이다. 

“통합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 특히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어야 하며, … 거리에서 대중과 함께 싸우는 정당이어야 한다. …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 변혁적 가치와 지향을 분명히 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반민주적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막고 개혁을 쟁취하려면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핵심이다. 통합진보정당은 이것에 도움되는 수단이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 쪽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실제로는 힘을 못 쓰게 됩니다”라는 강기갑 의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권영길, 천영세, 강기갑 등 민주노동당 전 대표들까지 반대하는데도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가 계속된다면 외연 확대는커녕 민주노동당뿐아니라 민주노총까지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진보교연 김세균 상임대표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안이 통과된다면 … 민주노동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국민참여당 배제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들을 최대한 결집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안이 통과됐을 때, 이런 반발이 어떤 분열과 파장을 낳을지 지금으로서는 분명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안철수 신드롬으로 표현된 기성 정치의 위기는 대중과 유연한 방식으로 만나되,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다른 진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뜨는 동안 민주당·참여당과 유시민의 지지율이 정체·추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유연한 진보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 그 원칙을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권영길 의원의 말은 일리가 있다.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과가 무엇이든,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노동자 단결과 투쟁을 위한 진보대통합을 추구했던 운동의 성과와 결속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계속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