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는 참여당이 5·31 합의문을 승인하면서 마치 진보로 변신한 양 추켜세운다. 민주노동당 전국 학생위원장도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고정불변하는 존재로 [본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우선, 참여당의 과거는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진보진영은 참여정부 시절에 한미FTA에 반대한 허세욱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를 포함해 23명 열사를 가슴에 묻었다. 이런 어두운 기억 때문에 상당수 진보 활동가들 사이에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계속 반발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2백 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받은 국민불신임장  그는 여전히 불신임의 대상이다.

게다가 이런 유산이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당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도 진보가 아니다. 

참여당 대표 유시민의 정치적 관점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책이 바로 《대한민국 개조론》(2007년)이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보수와의 타협을 정당화했고, 자신에게 ‘국민 불신임장’을 준 진보가 “무책임”하다며 원망하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떤 비난을 퍼붓는다고 해도, 이것이 옳은 길이라는 저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것은 단지 과거지사가 아니다. 참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각 분야 정책과 그 해설을 보면 정말이지 이런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참여당은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 가치·강령·기본정책 비교’에서 “한미FTA 원안 찬성”이라고 명시함으로써 한미FTA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했다. 참여당은 지금 국회 상임위에 한미FTA 비준안이 상정된 상황에서도 반대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외 파병, 평택미군기지 건설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참여당은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에 추진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 특히 적극 옹호하고 있다. 제주와 송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조장하는 의료법 개악을 추진했는데도 이것이 의료민영화와 무관하다고 강변하며, 한미FTA가 공공의료서비스 체계를 파괴한다는 비판도 무시한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도 여전히 옹호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운동 등에 대해서도 “엄청난 재정적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농가 부채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탕감에 부정적이다. 핵발전 폐지도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주자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허가제나 단속·추방 반대, 결혼이주자에 대한 각종 제한 폐지 등은 언급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진보적 여성운동이 반대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도입에 찬성한다. 여성 노동자의 70퍼센트가 비정규직인데, 비정규직 철폐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비현실적’이라는 정당이 참여당이다. 

이런 입장은 분명 민주노동당과는 다른 것이며, 이것은 두 당의 계급기반 차이에서 비롯한다. 최근 참여당 중앙위원회에 보고된 내용은 이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친기업 반노동

이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논의 중인 강령 초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대중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이념적 접근(사회주의 이상, 세계변혁운동의 성과 계승, 자본주의 폐해 극복 등)에 대해 거듭 우려하고 우리 당의 참여를 위해서는 … 시정돼야 한다”, “‘노동자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함”. 

즉, 진보정당 고유의 가치와 계급성을 탈색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참여당 ‘독자파’들의 주장은 더 솔직하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노무현 정신은 찾을 수 없고 … 없는 죄도 만들어 사죄해야 하는 반면 그들은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거나, 주저하고 있습니다.”(문태룡 최고위원) 

심지어 참여당 동대문구위원회는 “반드시 ‘노무현 정신을 계승·발전시킨다’는 문구가 포함돼야 한다”, “종북주의 노선을 내세우지 않을 것임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세우고 있다.

참여당 지도부는 최근 이들을 달래려고 ‘진보통합 이것이 궁금하다 11문 11답'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참여당의 변화를 보여 주긴커녕, 민주노동당의 ‘변화’만을 강요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아직까지 이념적 경직성과 계급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 강령의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의 계승 발전’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수정하는 등” 스스로 우경화하고 있으니 통합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령 후퇴가 참여당과의 통합과 무관하다는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의 변명을 무색케 한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말이 결코 마차를 전진시킬 수 없듯이, 이처럼 노동계급과 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진 친자본가당과의 통합은 노동자들의 의식과 투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두 쟁점에서 참여당과 공조할 수 있을지라도 전략적 동맹이나 합당을 해선 안 되는 이유다. 

본색을 못 숨기는 참여당의 노동 정책

참여당은 자신들의 노동 정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친노동 반기업 정책이 되지 않아야 함.”(‘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 가치·강령·기본정책 비교’)

참여당은 35시간 노동제, 비정규직·파견제 철폐 요구가 “비현실적”이며,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 요구도 “국민정서와 상충”한다며 반대한다. 참여정부 때 이미 제시된 타임오프제는 당연히 반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노동계가 요구해 온 ‘사용사유 제한’을 “한정적”으로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사용사유 제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고용경직성 … 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김주익·곽재규 열사  참여정부는 이들의 죽음을 외면했다. 

이랜드, 현대차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비정규직 악법도 “꼭 필요한 법안이었”다고 말한다(‘비정규직 문제의 이해와 대책’). 유연근무제 확대, 시간제 노동 확대도 지지한다. 나아가 진보의 비판을 그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감정적 폄훼”로 치부한다. 

이 모든 사실들은 그동안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투쟁하며 요구한 내용들과 상충한다. 그리고 참여당이 누구를 대변하고 누구에게 적대적인가를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