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당대회는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전투였다. 반면, 11월 27일 당대회는 누구나 반대파의 패배를 예측했다. 

이기는 싸움만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겠지만, 때로는 패배를 각오하고 투쟁해야 할 때도 있다. 이번 투쟁이 그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패배가 예상되는 이 투쟁에 참가했는가?

참여당 통합 찬성표를 들고 있는 이정희 대표  9월 당대회 때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앉아있던 이정희 대표의 옆자리가 11월 당대회 때는 비어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창당대표마저 불참한 모습은 이 당대회의 오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먼저, 당권파들은 압도적 가결을 원했다. 반대는 소수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 줘 지난번 패배를 설욕하고자 했다. 따라서 당대회 보이콧이 당내 세력 균형상 성공 가망성이 없다면 참가해 반대 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당권파의 우경 행보를 견제하는 데 더 효과적 전술이었다. 

둘째, 이번 당대회가 상황 종료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또 다른 분란과 분열을 잉태할 것이다. 계급적 기반이 상이한 두 정당의 통합에 내재한 운명이다. 현재의 통합은 불안정한 3자 동거 체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당대회는 종착역이 아니라 또 다른 전투를 향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전투에는 패배할지라도 반대파가 더 확실하게 결속을 다져 다음 전투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반대파의 결집이 부족했던 것은 아쉽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반대파의 당대회 참가 동기 부여를 이번 전투의 핵심 전술로 분명하고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을 자성적으로 평가한다. 

때와 조건

앞으로도 반대파에게는 중대한 과제가 있다.

현재,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했던 일부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물론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개별적으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는 것은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해 효과적 저항 수단이 못 된다. 그리 되면 새로운 정치 세력화의 전망을 제시할 수 없다.

지금부터 반대파는 통합 정당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3자 통합당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 앞으로 갖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표출될 긴장과 갈등 속에서 반대파는 좌파적 비전을 제시하고 당원들의 지지를 모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개별적으로 탈당해 버리면, 반대파의 힘은 허공 속으로 증발돼 버릴 것이다. 반면, 반대파가 효과적으로 세력을 결집한다면 그것은 특정한 계급투쟁 상황과 정치 환경과 맞물려 진정한 좌파 정치 세력 결집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반대파는 통합 정당 내에서 별도의 세력화를 이뤄 3자 통합 과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의 더 중요한 전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계급투쟁과 정치 상황의 변화를 봐 가며 참을성 있게 자체의 결집과 세력화를 이룰 것을 반대파 동지들에게 감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