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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 최후진술문:
“떡검, 섹검, 벤츠 검사. 검찰은 우리를 기소할 자격이 없다”

판사께서 수영장 말씀(판사는 “수영장에서 수영만 해야지 자꾸 뛰어다니기만 하니까 막는 것”이라는 논리로 계속 최후진술을 훼방놓고 있었다)을 하셨는데, 사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원해서 이 수영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영의 종류도 자유형, 접영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판사께서는 자꾸 한가지만 하라고 하십니다.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면 법정에도 민주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지금 이 법정 안에 민주주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 대책위원회 김지태 씨

저는 검찰의 항소이유서에 대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우리 6명이 모두 “공모하여 ‘미신고 집회’를 주최한 것인가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관련 증인들의 법정 증언, 영상녹화 CD의 재생 등을 통해” 미신고 집회가 증명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10개월이나 끈 1심 재판 과정을 진지하게 돌아봤다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1심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하나 같이 우리의 판매 행위를 입증했고 미신고 집회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은 현장에서 우리에게 〈레프트21〉을 한 부 구입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심지어 사건 당일 우리를 경찰에 신고한 증인조차 집회로 인정될 만한 증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가 증거 자료로 제출한 CD 영상 자료는 집회를 증명하기는커녕 경찰이 영장도 없이 우리의 판매 물품을 불법 채증 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이렇듯 각종 물증, 증언, 정황 등 모든 것이 우리의 판매 행위를 입증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검찰의 항소이유서에는 조금 달라진 시각이 보입니다. 원래 검찰은 〈레프트21〉을 “신문 형식의 유인물”이라며 판매 행위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항소이유서에는 “외형상 〈레프트21〉 신문 판매 행위라는 형식”을 띠었다고 했습니다. 판매 행위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외형상 신문 판매 행위라는 형식을 띤” 집회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판매를 했다는 겁니까? 집회를 했다는 겁니까? 검찰이 도저히 판매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애매한 집회 형태를 창조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검찰이 판매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검찰은 계속 미신고 집회를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억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애초 검찰은 2심 첫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 제출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지난 10월 26일 2차 재판에서는 증거 제출은 하지 않은 채 난데없이 사실조회를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레프트21〉과 우리 판매자들과의 관계, 〈레프트21〉 판매 과정 등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지며, 진정한 논점을 회피하고 “집회냐 판매냐”로 재판의 쟁점을 몰아가려 했습니다. 더욱이 검찰이 확인하려고 한 사실들은 대부분 지난 1심 재판에서 증언과 증거 자료를 통해 모두 드러난 것들입니다. 검찰은 지난 재판 기록만 살펴봤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되물으며 시간 끌기 한 것입니다.

검찰은 솔직해져야 합니다. ‘〈레프트21〉의 정부 비판 주장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런 주장이 가뜩이나 불만 많은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도록 용인할 수 없다.’ 이것이 솔직한 표현 아닙니까? 이미 우리는 1심 재판을 통해 그러한 의도를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검찰의 주장과 달리, 미신고 집회의 공모 주최 여부가 아닙니다. 진정한 쟁점은 ‘정부 비판적 신문의 거리 판매를 처벌할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히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사실 검찰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은 끈질기게 집시법의 모호한 집회·시위 규정을 악용하려는 것일 겁니다. 검찰은 집시법을 자신의 지렛대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검찰은 우리가 1심에서 제기한 여러 합리적 문제제기를 모두 회피한 채,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원심과 같은 판결이 난다면] 법원 선고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다투는 사람이 오히려 이익을 본다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거꾸로 재판부가 유죄를 판결한다면, 검찰이 민주주의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어떤 핑계를 찾아서라도 정부 비판을 공격하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재판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해 우리 6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공모”에 대해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우리는 미신고 집회 주최를 공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는 지난 수년간 매주 〈레프트21〉을 판매하기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했습니다. 이것이 ‘공모’라면, 우리는 〈레프트21〉 판매를 위해 ‘공모’한 것입니다.

우리는 〈레프트21〉을 거리에서 판매하면서 〈레프트21〉에 담긴 불의한 이 체제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널리 전파되길 바랐습니다. 아마 정부는 그런 비판이 저항을 불러일으킬까 두려워 우리를 탄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실패했습니다.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FTA 반대 운동이 그것을 보여 줍니다.

사실상 검찰은 우리의 이런 활동을 ‘범죄’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이 ‘범죄’라면 왜 그토록 많은 진보적 단체와 인사 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지지를 보내겠습니까? 정부의 1퍼센트 만을 위한 정책에 반대해 99퍼센트를 대변하는 신문을 판매한 일이 ‘범죄’일 수는 없습니다. 또 섹검, 떡검에 이어 벤츠 검사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검찰이 과연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검찰이 아무리 우리의 활동을 ‘범죄’라 매도해도 우리는 이 체제와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공모’를 계속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