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사망과 그 여파로 안 그래도 불안정한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가 더 위험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차라리 북한 체제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되는 게 좋다는 일부 자유주의자와 좌파 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의 상황을 전망하고 온갖 쟁점들을 이해하는 데 김하영이 쓴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이하《한반도》),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이하《북한》)는 진보 활동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 (왼쪽) 김하영 지음, 책벌레, 408쪽, 1만3천 원 (오른쪽)《[3대 권력 세습] 북한은 어떤 사회인가? ― 북한 체제에 대한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김하영 지음, 다함께, 92쪽, 3천5백 원

저자는 남한 우익들이 북한 3대 세습을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폭로한다. 재벌가의 세습 문제가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 잘 만나 특혜를 물려받는 것은 재계만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친인척 비리는 역대 정권에서 끊이지 않았다. … [전 외교부 장관 유명환의 딸 특채 사건이] 벌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유명환은 세습이 좋으면 북한 가서 살아라’고 비꼬았다.”(《북한》) 

미국 지배자들도 마찬가지다. 인권 탄압과 군비 증강 등의 문제에서 이들도 북한 지배자들보다 한 수 위다. 따라서 남한 우익과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과 비민주성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무엇보다 저자는 한반도 긴장과 북한 핵 개발 등의 책임이 바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에 있다는 점을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 지배계급이 이를 핑계로 군비증강에 자원을 쏟는데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남북 지배자들은 ‘싸우는 형제’로서 경쟁하지만, 남북의 다수 민중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공생도 해 왔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때 박정희는 통일 정세를 핑계 삼아 유신 헌법을 추진했고, 김일성도 헌법을 개정해 내각제를 주석제로 바꿨다. “박정희와 김일성은 남북 대화를 이용해 위태롭던 권력을 대폭 강화하도록 서로 도왔던 것이다.”(《한반도》) 

1996년 총선 직전에 당시 김영삼 정부가 북한에게 비무장 지대에서 무력시위를 해 달라고 부탁한 사건은 남북 지배자들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 준 일이었다.

싸우는 형제

북한 체제를 일컬을 때 사람들은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개처형, 수용소 등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부정적 의미로 쓴다. 즉 북한의 ‘사회주의’는 남한과 미국의 자본주의보다 못한 체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3대 권력 세습의 북한은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사회주의와 조금치도 공통된 점이 없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으로 정의했다. 즉,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해서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얻는 것을 뜻한다.”(《북한》) 

그런 점에서 북한은 사회주의와 거리가 멀다. 1945년에 북한에서 노동자 혁명은 없었다. 오로지 소련이 한반도 북부를 점령해 “다른 나라를 점령한 승전국은 자신의 체제를 점령당한 나라들에게 강요할 권리가 있다” 하며 북한에 자신들의 체제를 이식했다. 

소련의 지원으로 정부를 수립한 북한 관료들은 이윽고 독자적인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급속한 공업화를 이룩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무자비한 희생이 강요됐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불만을 제압하고자 억압기구가 비대해졌으며, 노동자들의 민주적 권리가 보장될 수 없었다.

이것은 북한 내에 남한처럼 계급 분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을 획일체로 여겨, 북한 내부에서 어떠한 변혁 시도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맞서서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을 지지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주장은 틀렸다.

더 나아가 이 책은 북한 국가가 진정한 반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1980년대 말부터 [북한의] 반미 언사 이면에 변화의 조짐들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 변화를 들 수 있다.”(《한반도》)

바로 이런 내용과 쟁점들을 이 두 권의 책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입각해서 온갖 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민주통합당 같은 포퓰리즘적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할 때 남북 간 대화로 평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경계를 촉구한다. 1999년 서해교전 직후 김대중은 “대북 포용 정책이 단순히 화해와 협력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임이 입증됐다” 하고 말했다. 이런 모순된 정책으로는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기 어렵다.

“경쟁과 축적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들 사이의 영속적인 평화는 있어 본 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진정한 평화는 남북 지배 계급 모두로부터 독립해 이들에 맞서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한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