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공격과 사건 축소·은폐 시도를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국민대 등의 학생들이 연이어 시국선언을 했고 인하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대학가 시국선언 행렬은 이 정부의 비리와 부패, 부도덕성을 향한 대중적 분노가 얼마나 켜켜이 쌓여 왔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1월 11일 오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 지난해 12월 26일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사태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에 11일 기준으로 총 3334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서명했다. 서명을 시작한 지 17일 만이다.  

서울대 시국선언문을 작성한 원종진 씨는 “부끄럽지만 이전에 학생 사회에 기여를 한 바도 없고, 정치 관련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도 없는 일반 학우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이념을 떠나 우리 사회의 최소 선(善)이 침해되는 상황들을 보고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서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서 몇몇 개인이 시국선언 문안을 작성하고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제안했다. 이후 연석회의가 만장일치로 찬성해 서울대 시국선언이 시작됐다. 

이후 온·오프라인 서명과 신문 광고를 위한 모금이 이어졌다. 서명은 곧 3천 명을 넘었고, 광고를 위해 2천1백40여만 원이 모금됐다. 학생들은 “과외비가 드디어 들어왔네요, 곧 입금하겠습니다”, “이번 달 알바비 들어왔으니 조금 더 낼게요” 하며 한두 푼씩 돈을 모았다.

한두 푼

고려대 시국선언 온라인 서명 게시판에도 순식간에 1천5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명을 했고, “제가 사는 이 나라가 이 정도였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이 나라가 진정 민주냐?”, “선배들의 4·18정신을 이어 나가자”, “맞서 싸워야 한다”, “선배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야 한다” 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좌파들은 지금의 시국선언이 민주통합당에만 도움이 된다고 여겨 이 문제에 열의가 없는 듯하다. 또는 디도스 시국선언이 더 중요한 노동 생존권 문제를 가린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주의 수호를 단지 정쟁의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한국처럼 정치적 민주주의조차 안착하지 않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둘러싼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민주주의에 대한 광범한 분노는 대중의 자주적 행동을 고무할 수 있고, 이런 정치 투쟁은 노동자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 학생들은 1월 11일 기자회견 이후 무엇을 할지 논의하고 있다. 시국선언을 주도한 이하결 씨는 “가능하다면, 시위나 집회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를 한다면 서울대만으로는 안 될 것 같고, 다른 학교와 연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으로 모인 분노를 행동으로 모아 나갈 때 정부와 여당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저들이 받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