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첫 재판에서 정치적이란 이유로 내 모두 진술을 가로막고 이에 항의하던 참관인의 감치 재판까지 진행했던 판사조차도 결국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었다. 1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재확인된 것이다.

사실 판사도 인정했듯이 검사는 내가 집회에 참가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못했다. 경찰은 인도에 서 있던 날 잡았고, 가방에서 깃발과 마스크가 나오자 연행했다. 아무리 우익 판사라도 가방에 깃발과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순 없었던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 때도 일본인 관광객을 연행해 구타하는 등 경찰의 마구잡이식 탄압은 끊이지 않았다.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선 증거가 없더라도 일단 연행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꼴을 보면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몽둥이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검찰도 경찰과 한통속인 것은 마찬가지다. 검사는 증거도 없는 사건을 어떻게든 유죄로 몰고가기 위해 항소까지 진행했다. 검사는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벌금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정의를 지키는 척하지만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결국 가진 자들의 정의일 뿐이다.

내가 연대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바로 이들이 수호하고 있는 가진 자들에게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준 영웅적 투쟁이었다. 이 투쟁에 연대하다 권력의 파수꾼들에게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에게 자랑이다. 당시 정황을 설명해 주려고 기꺼이 증인석에 서 준 한겨례 김민경 기자님과 거의 무상으로 변호해 주신 박주민 변호사님도 쌍용차 투쟁의 정당성 때문에 기꺼이 힘을 보태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두 분과 참관을 와 주셨던 동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직도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도 이 작은 승리의 소식을 듣고 힘을 얻길 바란다. 나 또한 좀더 자유로운 몸으로 계속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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