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구호인 ‘반값 등록금’이 서울시립대에서 실현됐다. 그동안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등록금 인하’도 대세가 됐다. 이것은 지난 수년간 대학생들과 사회 운동이 투쟁으로 일군 성과다. 

그러나 올해 대학의 등록금 인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현재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고작 2~3퍼센트 인하했을 뿐이다. 여전히 대학생과 학부모 들은 등록금 1천만 원에 허덕인다. ‘대학 등록금이 지금 수준에서 최소 12.5퍼센트 인하가 가능하다’는 지난해 대학 감사 결과가 무색해진다. 

지난 10년간 물가 인상률의 2~3배나 오른 등록금  학생과 노동자 들의 등골을 휘게 만든 살인적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지난해 4월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는 학생들 대학생들은 사회 첫 발을 딛기도 전에 빚을 지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물가인상률의 두세 곱절씩 등록금을 올려 왔다. 뻥튀기 예산, 입학금 대폭 인상 등 온갖 방법으로 돈을 벌어 사립대들이 쌓아 둔 돈이 무려 10조 원이다. 올해 고려대학교 입학금이 서울시립대 인문계 학생들의 등록금보다 비싸다! 

그러면서 대학들은 이번 소폭 인하에 앓는 소리를 한다. 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하를 명분으로 수업 일수를 줄이거나, 시간 강사를 자르거나, 강의 과목을 축소했다. 연세대는 학생들에게 줬던 장학금을 빼앗으려 해 빈축을 샀다. 

등록금을 ‘찔끔’ 인하한 것조차 학생과 학내 구성원 들에게 고통으로 떠넘기려는 것이다. 학생들을 우롱하는 조삼모사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정부도 제대로 된 등록금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반값 등록금 운동의 압력으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약간 늘렸다. 그러나 정부가 과장한 것과 달리, 애초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를 위해 배정해 놓은 돈에 고작 3천3백23억 원을 증액했을 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약속인 반값 등록금은커녕, 지난해 6월 한나라당이 명목 등록금을 30퍼센트 인하하겠다고 내놓은 안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다. 

정부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학금 제도”라며 올해 도입한 국가장학금도 문제투성이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자료를 보면, 장학금 수혜자를 평점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해서 실제로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액수도 너무 적다. 기초수급자에게 1년에 4백50만 원을 준다는데, 1인당 교육비가 2천만~3천만 원씩 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조차 신청기간을 제대로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대학생 약 5만 명이 대부업체에 빚 8백억 원을 진 것이 드러났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도 3만 명이 넘어섰다. 대학생들은 사회 첫 발을 딛기도 전에 빚을 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대학과 정부는 적립금을 풀고, 고등교육 재정을 늘려서 실제 고지서상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서 그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강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고려대, 성대, 연대, 한국외대 등의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 대표자들이 생색내기 등록금 소폭 인하를 합의한 것은 문제다. 이는 이후 추가 인하를 위해 학생들이 투쟁할 명분을 스스로 내던지는 것이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불만과 고통을 전혀 대변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학생 대표자가 합의했다고 해서 학생들 전체가 동의하고 합의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런 대학에서 진보적 학생들은 기층의 학생회, 동아리, 소모임, 개인들을 모아서 투쟁 기구를 건설하고 학생들의 불만을 모아서 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경제 위기 시기고, 여러 대학이 2~3퍼센트 인하를 담합했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학교의 실질적 양보를 얻어내려면 점거와 같은 전투적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학교 당국에 맞선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정부에 맞선 투쟁에도 참가해야 한다. 

이런 투쟁이 성장할 때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