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비에른 발 | 남인복(옮긴이) | 부글북스 | 379쪽 | 17,000원

이 책의 원제는 ‘복지국가의 흥망성쇠’다. 저자는 북유럽 복지모델의 대표격인 노르웨이에서 30년간 노동운동을 해 왔고, 그 경험으로 복지국가의 성립과 쇠퇴를 분석적으로 다뤘다.

첫째, 복지국가는 노동운동과 강력한 노동조합의 산물이었다. 또한 ‘20세기 전반기 동안(러시아혁명 포함) 자본과 노동의 세력균형을 바꿔 놓은 투쟁과 대결의 결과’였다. 

따라서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평화적 협상과 협력으로 복지국가를 이룬 것처럼 주장한다면, 그것은 운동의 조직적 힘과 당시의 사회적 대결이라는 원인을 간과한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가 안착하면서 마치 ‘사회협력 이데올로기’가 복지국가의 동력인 것으로 포장됐으나, 저자는 실제 복지국가는 노동의 ‘권력관계’가 자본보다 우위에 있을 때만 유지되었다는 점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사회협력 이데올로기는 도리어 사실상 복지 축소의 원인이 됐다. 또한 역사적으로 자본가들도 복지가 사회주의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 때 타협으로 복지국가를 받아들였다. 

결국 ‘계급 타협’조차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힘에 바탕을 뒀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둘째,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공세에 복지국가들도 공격받고 쇠퇴했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가장 수준 높은 복지를 유지한 노르웨이조차 ‘타이타닉의 갑판’일 뿐이었다고 주장한다. 

북유럽 복지국가도 민영화, 노조 조직률 저하, 금융자본의 확대, 독점과 부패 등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사회협력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복지국가의 노동조합과 사회민주주의정당들은 지난 30년간 공격에 취약했고, 일부는 속수무책이었다. 

1990년대 프랑스의 강력한 노동운동 같은 대중투쟁만이 이러한 신자유주의 공격을 좌절시킬 수 있었다. 저자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에서조차 빈부격차 확대, 연금 축소, 공공주택 축소, 에너지시장 민영화 등이 지난 10년간 진행돼 왔다.

권력관계

그중에서도 ‘워크페어’(생산적 복지) 정책은 하나의 상징적 이데올로기 공세였다. 저자는 ‘워크페어’ 정책의 실질적 실패를 차치하고서라도, ‘일을 하면 지원한다’는 수사는 일을 하지 못하면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렸고, 노동자들 사이에 ‘불신과 의심’을 심어 놓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워크페어’ 정책을 사회민주주의정당과 심지어 노동조합까지 받아들였다는 점에 개탄하며, 명확한 반대를 주문한다.

셋째, 저자는 이런 공격에 충분한 대응을 못한 출발점을 ‘계급 타협’의 시대에 시작된 노동운동의 탈이데올로기화와 탈정치화에서 찾는다. ‘워크페어’나 ‘노동의 잔혹화’ 같은 자본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체제가 아니라 개인에게서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시장자유주의자의 사상을 흡수한 것이 약점이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빈곤과 실업 등을 만들어 낸 원인보다 현상에 집중한 정치를 ‘상징정치’라고 지칭하면서, 좌파정당들도 ‘법적 형식주의’에서 ‘권력 현실주의’로 관심의 초점을 옮겨야 하며, ‘상징정치’를 폐기해야 한다고 옳게 지적한다.

저자는 실제 통계와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현 시기 복지국가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물론 저자가 자본과 노동의 ‘계급 세력균형’이라는 용어보다는 다소 추상적인 사회학 용어인 ‘권력관계’를 사용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한 점은 아쉽다. 

번역자가 노동자를 ‘근로자’로 번역한 점 또한 안타깝다. 

그러나 이 책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알려줘, 현재 복지 논쟁에서 큰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저자가 옳게 주장했듯이 복지국가 건설에 중요한 것은 ‘세금과 재분배’가 아니라 ‘권력관계’다. 그리고 그 ‘권력관계’는 시장자본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옹호한 투쟁을 강화할 때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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