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끝나지 않은 세계 경제 위기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 국면은 벗어난 것일까? 지난 몇 달간 상승세를 이어온 세계 증시는 그렇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 반면 핫머니의 유입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금값은 급락했다.

물론 어느 단계에서는 이번 위기도 끝날 것이 확실하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마르크스가 ‘고장 난 순환’이라고 부른,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거듭해 왔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3권에서 불황 그 자체가 실업을 통해 임금을 떨어뜨리고 수익성 없는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경기회복의 기초를 닦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3월 22일 22만 명이 참가한 캐나다 퀘벡 대학생 시위 세계 각국에서 정부의 긴축 정책에 맞서는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가 현재 그런 시점에 도달했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의 증시 반등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지난 11월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마리오 드라기가 추진한 장기 대출 프로그램의 영향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유럽 은행들이 도합 1조 유로의 자금을 3년간 저리로 대출 받게 되자 유로존 경제가 약간의 시간을 번 것이다.

둘째,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오랜 침체 끝에 약간 더 높아졌다. 3월 중순에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대침체’ 초기인 2008년 2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추세는 세계 다른 지역의 그림과는 상반된다. 예컨대 중국 경제는 계속 둔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구매관리자지수를 살펴보면 제조업 생산은 감소하고 있고, 기계류의 납품 물량 감소 등으로 인해 지난 2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14퍼센트 하락했다.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는 유럽 대륙의 제조업 생산이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지난 가을 이래 줄곧 하락해 왔음을 말해 준다.

게다가 서방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속에 유가도 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은 유가 상승이 “세계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이번 위기는 값싼 대출의 범람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에 부풀어 오른 거대한 신용 거품이 터지면서 촉발됐다.

미션 임파서블

그 결과 가계, 기업, 정부 부문이 모두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제 이들은 ‘디레버리징’, 즉 부채 상환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증권 칼럼니스트인 존 오서즈는 어느 연구 논문을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스웨덴 가계들이 1990년대의 신용 위기를 거치면서 7년 동안 털어낸 부채는 GDP의 44퍼센트에 맞먹었다. 미국은 여태껏 GDP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의 가계 부채를 털어냈다. 영국과 스페인의 경우 그 수치는 각각 10퍼센트와 6퍼센트다. 부채 해소 과정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미국의 경제 사정이 영국이나 스페인보다 나은 것은 어쩌면 미국의 디레버리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좀더 진척됐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데 디레버리징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부채를 상환하려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유효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위기는 국가 부채도 불어나게 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각국 정부가 민간부문 부채를 인수해 왔기 때문이다. 코스타스 라파비차스에서부터 누리엘 루비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 논평가들이 지적하듯이, 최근에 단행된 그리스 “구제” 조처도 바로 유럽연합과 IMF가 민간 채권자들의 부실 채권을 대신 떠안은 것에 다름 아니다.

만약 그런 다음 각국 정부들이 자신의 부채를 줄이려고 공공지출을 삭감한다면 유효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렇게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유로존 주변국들에게 강요된 국가 부채 한도를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이 모든 일이 재앙적인 규모로 실현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리스보다 훨씬 큰 경제인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의 총 부채는 위기 발생 이후 실제로 증가했다. 스페인 경제학자 두 명은 스페인이 유럽연합의 요구대로 올해 재정적자를 GDP의 5.3퍼센트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경제 위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주제
경제 세계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