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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내핍 반대 투쟁은 계속된다

지난 3월 18일 국제사회주의경향(IST)에 속한 사회주의자들인 알렉스 캘리니코스(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파노스 가르가나스(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최일붕(한국 다함께), 슈테판 보르노스트(독일 〈마르크스 21〉), 키어런 앨런(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몇 가지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그 가운데 그리스의 내핍 반대 투쟁에 대한 담화만 소개한다. 녹취와 번역을 위해 박준규·최일붕 동지가 수고를 해 줬다. [ ]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레프트 21〉이 덧붙인 것이다.

파노스 가르가나스투쟁의 국면이 달라졌다. 다들 총선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총선일은 4월 29일이나 5월 6일이 될 것 같다.

그리스 정부는 자신이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은, 민간 은행가들과 협상이 잘돼 이를 국민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정부는 붕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의 대중 투쟁으로 사회당(PASOK)이 분열해 정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은 그리스 총선을 반대한다. 하지만 선거를 하지 않으면 저항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 대중투쟁보다는 선거주의가 대세다. 물론 파업 투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주에 선원 노조가 파업을 할 것이고, 언론 노조도 48시간 파업을 할 예정이다. 아직도 연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선원과 언론 노동자 들도 연금을 공격받고 있어서 파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선거로 이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가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선거에서 좌파는 10~15퍼센트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가 40퍼센트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가 예측했다.

그리 되면 좌파에게는 물론 내핍 반대 투쟁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다. 벌써 좌파 내 우파들[공산당 같은 단체들을 가리킴]은 신속하게 좌파적 견해를 발표하며 생색을 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과 달리 지금은 아무도 긴축 재정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구제금융’도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 부도와 정부 붕괴 사태가 닥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얼버무리고 있다. 이에 논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

모든 정당들이 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반자본주의 좌파 연합 안타르시아[Antarsya: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이 포함돼 있다]도 선거에 참여할 것이다. 잘하면 의원이 나올 수도 있다. 3퍼센트 득표율인 20만 표를 얻으면 된다. 가능성이 꽤 있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선거 결과보다는 논쟁에 개입하고 우리[혁명적 반자본주의 세력을 가리키는 듯함]의 세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 부채 탕감, 은행 국유화 등의 쟁점에 우리는 성공적으로 개입했다. 계속해서 주장을 펴 나가야 한다.

한편 그리스 문제는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다. 투쟁이 금융가들에 대한 반대를 포함하고 있어 유럽연합 전체가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가 질 수도 있다.[이 대담은 프랑스 유대인 학교 총기 난사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한 것이다.](反)금융 정서는 유럽 전역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슈테판 보르노스트독일 내 논쟁도 양극화됐다. 한편에서는 지배계급 내 소수파가 그리스 ‘구제금융’을 반대한다. 이 입장은 노동계급 80퍼센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소수파 지배자들은 언론 플레이를 통해 ‘그리스는 독일이 지원해도 파산할 것이므로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메르켈이 주도하는 [지배계급 내의] 다수파가 ‘그리스와의 연대’를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그리스 민중과의 연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금융에 깊이 연관된 유럽 은행가들과의 연대를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저항을 건설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독일 〈마르크스 21〉]는 ‘누구와 연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논쟁에 개입하고 있다.

좌파당 디링케는 최저임금 등 임금 인상에 초점을 두는 식으로 사실상 논쟁을 회피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30만∼40만 명 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 실질적인 조직을 하지는 않고 있다.

키어런 앨런전에 아일랜드는 시장경제의 모범생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긴축 정책을 잘 이행하면 곧 경제가 다시 살아나 예전의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 침체는 지속되고 있고 위기는 더 심화됐다.

이에 분노가 커지고 있다. 노동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신페인당[북아일랜드 IRA(공화국군)의 전통을 이어받은 좌파적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신페인당은 지지가 오르면서 종전의 정부 참여 불가 입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사회적 동반자 관계’라는 [계급 협력주의]사슬에 묶여 있던 아일랜드 노동계급이 바로 저항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농촌 지역 중심으로 저항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직 노동자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현재 주된 저항의 이슈는 재산세다. 조세 저항인 것이다. 1백 유로에서 6백 유로로 인상된 세금을 3월 21일까지 내야 하지만 아직까지 납세 대상자의 14퍼센트만이 냈다.

또 다른 이슈는 5월에 있을 국민투표와 관계 있다. 재정 적자의 구조와 관련된 논쟁이 양극화돼 전개되고 있다. 아일랜드 통합좌파연합 ULA[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이 포함된]는 아직 잠재력을 다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택 문제 등 여러 쟁점들에 개입하고 있다.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투쟁과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수는 소극적으로 나오며 대부분 소비자 보이코트 등 소극적 운동을 건설하는 데 머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 안정화 방법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 이 이슈는 [신페인당처럼] 좌파 민족주의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은행가들에 반대하는 광범한 투쟁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영국의 내핍 반대 투쟁에 대해 간단히 보고하겠다. 지난해 6월 말과 11월 말 파업 이후 투쟁은 파편화됐다[단편적이 됐다]. 투쟁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대형 노조들이 급속도로 행동을 중단하고 심지어 타협을 하기도 했다.

유나이트(Unite the Union) 같은 노조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말만 좌파적으로 하고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 3대 좌파 노조, 즉 PCS[공공부문]와 NUT[교사]와 UCU[대학 강사]도 비슷한 자세다. NUT 사무총장은 파업에 대한 지지가 높은데도 낮다고 말하며 후퇴하는 자세다.

이에 노조 내 우리 당원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투쟁 수준을 유지하려고 개입하고 있다.

현재 3월 28일 파업이 예고돼 있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는 확실치 않다. 전국적 파업 계획은 부활절 휴가 직후에 열릴 NUT 대회에서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좌파적인 노조는 우리와 친한 마크 서워트카가 위원장인 PCS다. 그러나 서워트카도 전국적인 파업에는 반대하고 있다.

파노스지금 긴축 정책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문제다. 하나는 ‘그리스 구제금융이 성공할 것이다’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럽중앙은행의 개입,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권 시장에 개입한 것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지배계급은 자화자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이다. 그리스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제금융이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알렉스맞다. 위기에도 단계가 있듯이 투쟁에도 전진과 후퇴가 있다. 2008년 공황 직후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투쟁이 지난해 산업 투쟁으로 확대됐지만, 현재는 파편화됐다. 그러나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저항이 시작될 것이다. 아일랜드의 재산세 저항처럼 말이다.

그리스에 대한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런던에서는 그리스 대사관 앞에서 연대 시위가 있을 예정이다. 우리는 노조의 참가를 조직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이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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