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인 김광일 씨는 2008년 촛불항쟁 당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을 맡아 불철주야 투쟁의 한복판을 누빈 투사다. 그는 촛불항쟁의 경험을 정리해《촛불항쟁과 저항의 미래》(책갈피)를 썼고,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의 수배와 탄압에 맞서고 있다. 그는 2005~06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평택 범대위)에서 활동한 바 있는데, 그 투쟁을 돌아보며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레프트21〉에 투고해 왔다.


제주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투쟁을 보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이 떠오른다. 평택 범대위에서 활동했던 필자뿐 아니라 당시 평택 투쟁에 참가했던 이들도 그럴 것이다. 공통점 때문일 텐데, 평택 투쟁을 돌아보는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군사 전략인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이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국에 붙박이로 주둔하는 대규모 미군 부대의 작전 범위를 동북아와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분산된 병력의 이동을 쉽게 하려고 비행장과 항구가 있는 평택으로 미군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중국을 자극할 것이고,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을 높일 수 있는 위험한 계획이었다. 

이에 맞서 지역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기지 확장에 맞서 싸웠다. 

대추리의 헌병 공격형 전쟁기지 건설을 위해 군인까지 동원한 폭력 진압을 한 것은 평택과 제주의 공통점이다.

아쉽게도 평택 투쟁이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의미가 있었고, 그만큼 퇴적물을 남겼다. 

첫째,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이 미국의 ‘대테러전쟁’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던 것처럼, 평택 투쟁은 미국의 패권 전략인 “전략적 유연성”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미·중 갈등이 어떤 위험을 낳을 것인지를 폭로했다. 

둘째, 평택 투쟁은 2005­~06년 노무현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중요한 축을 이뤘다. 2004년 8월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면서 운동에 전반적인 사기저하가 생겼다. 그러나 평택 투쟁은 운동의 사기저하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2003­년 반전운동의 분출 이후에 다시 항의 투쟁을 전국적 초점으로 형성시켰고, 다양한 세력들이 협력해 여러 차례 수만 명이 결집해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했다. 그래서 이 투쟁은 이후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맞선 투쟁이 확산할 수 있는 기운을 마련했다.

셋째, 평택 투쟁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의 전신)의 친[미국]제국주의 본질과 폭력성을 밝히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지원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시위자들을 짓밟았다. 군인들이 시위자들을 땅바닥에 짓누르며 포승줄을 묶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2006년 5월 경찰이 평택 대추분교를 진압할 때 국무총리가 바로 지금의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폭력 진압에 자신감을 얻은 지만원이라는 우익 인사는 “군대가 시위대에 발포했어야 한다”는 소름끼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평택 투쟁에서 아쉽게 돌아볼 점도 있다.

평택 투쟁의 성격이 미국의 패권 전략의 일부이자 노무현 정부의 친[미국]제국주의 정책에 맞서는 것이었으므로 이 투쟁은 전국적 쟁점이었다. 

그런데 운동 조직자들은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도두리에만 투쟁 장소를 한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현지에서 벌어지는 투쟁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을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았다면 맥빠진 싸움이 될 것이고 정부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과 그곳에서 거주하면서 싸우는 활동가들의 투쟁은 운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초점 구실을 했다. 

정부와 우파도 평택 투쟁이 한반도와 동북아 민중의 운명과 이해관계가 걸린 것인데도 지역에 “외부 단체 개입” 운운하며 평택 투쟁을 지역적인 것으로 몰아가고 운동을 이간질 했다.(현재 강정 투쟁에 대한 정부와 우파들의 공격과 얼마나 똑같은가!)

그러나 대추리·도두리에 시야가 집중되다 보니 2006년 기지 공사를 위한 철조망이 들어서고, 저항의 본부 구실을 했던 대추분교가 철거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범대위 조직자들은 미군기지 확장은 인정하면서 내용을 조정하겠다는 “재협상” 요구로 후퇴했다. 운동의 섟이 꺾인 마당에 정부가 “재협상”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강정 투쟁

현재 벌어지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평택 투쟁과 공통점이 많다. 

우선, 미국과 한국 정부의 동북아 군사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이 그렇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지고 있고, 기지 건설 강행은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구럼비가 파괴되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강정 주민들의 추억과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만이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가 파괴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정 투쟁은 지역민들만의 투쟁도 아니고, 제주도민들만의 투쟁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제주 강정에서 반복되는 폭력

둘째, 정부의 폭력이다. 평택에서 육군이 직접 나서 폭력을 휘둘렀다면, 강정에는 해군과 해경까지 나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다만 주체의 차이는 있는데 평택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곤봉을 휘둘렀고, 강정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곤봉을 휘두르고 있다. 

셋째, 지역민들의 완강한 투쟁이다. 강정 주민들과 현지 활동가들의 투쟁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부각했고 투쟁을 알렸다. 구속과 벌금 폭탄의 위협에도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싸우고 있다. 이들의 용기에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물론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현지 시위에 많은 이들이 참가하기 어렵다는 난제가 있다. 강정 투쟁 쟁점의 성격이 전국적인 것이라는 점과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투쟁을 전국적 관점에서 벌이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맞선 다른 투쟁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택 투쟁과 차이점도 있는데, 시위를 폭력적으로 짓밟았던 세력이 지금 제1야당이라는 점이다. 대추분교를 짓밟았던 정부의 총리 한명숙이 강정을 방문해 시위대에 연설을 하는 보도를 보고 사실 나는 과연 그녀가 일관성 있게 해군 기지를 반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또, 대추분교를 짓밟았던 노무현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착수했다는 전력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원조 해군기지당”이다. 민주통합당이 준비한 폭약을 이명박이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전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지역민과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반대는 외면하고 고작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한명숙은 안보 때문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말도 하고 다닌다. 민주통합당과 독립적인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강정 투쟁의 연대와 승리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가 동북아 긴장을 부추긴다는 국제주의적 관점과, 이명박 정부가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전국적 관점에서 “원조 해군기지당”인 민주통합당과는 독립적인 운동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대추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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