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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보다 5배나 큰 스페인의 위기

그리스 반자본주의 주간지 〈노동자 연대〉 편집자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최근 악화되고 있는 스페인 위기에 대해 말한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올 여름 한국에서 열리는 맑시즘 2012에서 유럽의 긴축과 저항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바로 얼마 전 세계경제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논평을 썼다.(〈레프트21〉 78호)이 글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스페인이 ‘그리스식’ 위기로 나가기 시작했다.

부활절 이후 스페인 국채 금리가 6퍼센트로 치솟았다. 스페인 정부가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에 금융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금리 인상에 불을 댕겼다.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는 이런 소문을 강력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 지배자들은 유럽 채권 시장이 스페인 문제로 혼란에 휩싸인 것에 화가 나 있었다. 지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표단이 스페인 예산을 심사하려고 수도 마드리드로 파견되고 있다.

3월 29일 마드리드 시내를 가득 메운 노동자 파업 행진 계급투쟁의 판돈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의 최근 경제 문제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이 모든 일들은 매우 익숙한 이야기다.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의 어떠한 ‘지원’도 필요 없다고 수없이 재확인했다. 그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스페인이 그리스의 길을 따른다면, 이 위기는 우리가 앞서 경험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위기가 될 것이다. 스페인을 위기로 빠뜨리고 있는 긴축과 침체의 악순환은 지금 훨씬 더 악화됐다. ‘그리스 비극’이 시작됐을 때, 위기는 그리스에 제한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일부는 잠깐 고통을 견디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틀렸다는 게 입증됐다. 그런데 스페인 경제는 훨씬 더 크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친 것의 두 배에 이른다.

악화

게다가 스페인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1퍼센트 금리로 값싼 대출을 받아 이 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한 첫 사례다. 이른바 “장기대출프로그램 [장기 재금융화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1월부터 1조 유로를 유럽은행들에게 제공했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겉으로는 잠잠해 보인다. 그러나 표면 아래서 ‘좀비 은행’들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누구도 이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자산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긴축정책과 침체의 영향으로 은행들이 대출한 자금이 점점 더 “부실”화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직장을 잃거나 임금이 삭감된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할 수 없게 된다.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다. 정부의 세수가 떨어지면 적자를 메우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 위기만 스페인에서 더 커다란 규모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라호이 우파 정부가 집권한 지 채 두어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라호이 우파 정부는 최근 안달루시아 지방선거에서 표가 좌파로 크게 이동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선거 당일 저녁 스페인 금융장관 크리스토발 몬토로는 선거 결과 때문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유럽연합 관료들은 곧 스페인 정부가 약속했던 긴축 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급진화는 선거를 넘어서 계속되고 있다. 2주 전에 있었던 스페인 총파업은 “그리스 활력”이 투쟁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 증거였다. 그리고 이 활력은 단지 스페인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4월 16일 이탈리아에서는 새 노동법 개악에 맞서 노동자 수십만 명이 파업을 벌였다. CGIL, ISL, UIL 세 노동조합총연맹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동법 개악은 사장들이 노동자들을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압력을 받은 이탈리아 정부는 벌써 양보 조처를 취해야 했다.

국제적인 점거 운동이 시작됐던 스페인에 강력한 파업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유럽 지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흥분되는 발전이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도 계속될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2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