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은 내전이 아니라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김용욱

이라크가 내전의 길을 걷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는 측은 당연히 장기 주둔의 명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국 정부다.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의 자매조직으로 알려진 안사르 알이슬람의 조직원인 알자르카위의 편지를 근거로 알카에다가 이라크 내에서 종족간·종교간 내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지난 1월에 있었던 양대 쿠르드 정당에 대한 폭탄 공격, 경찰서와 이라크 군 모병소에 대한 공격을 예로 들었다.

이런 주장은 저항세력이 외부세력(알카에다)의 영향 때문이든, 종족적·종교적 동기 때문이든 공격의 주된 표적을 이라크인들로 바꾸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실제로, 2월에 들어서만 2백 명 이상의 이라크인들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것은 같은 기간 발생한 미군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이로부터 자동적으로 저항세력의 동기와 표적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저항세력은 내전이 아니라 이라크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

 

동분서주

 

첫째, 사망자 수에 상관 없이 저항세력의 주된 표적은 여전히 미군이다. 지난 2월 14일치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도된 미국 정부의 비밀 보고서(“이라크 1월 동향 보고서”)는 최근에 오히려 미군에 대한 공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라크 보안인력이 확충되고 12월과 1월에 걸쳐 체포자 수가 크게 늘었는데 저항세력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 박격포와 폭발물을 사용한 고강도 공격은 지난해 12월 316회에서 올해 1월 642회로 103퍼센트 늘었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가하는 총격과 투석을 포함한 치명적이지 않은 공격들은 186퍼센트 늘었다. 바그다드에서만 하루 평균 8회의 공격이 일어나고 있다. 9월에는 평균 4회였다. 연합군 비행기에 대한 공격도 11회나 발생했다. … 특히 저항세력이 선호하는 무기인 도로 폭탄을 사용한 공격은 무려 200퍼센트나 증가했다.”

불과 2주 전에는 중동지역 미군 최고 사령관인 존 아비자이드가 이라크의 팔루자를 방문했다가 집중 공격을 받고 가까스로 도망친 일도 있었다.

둘째, 우리가 흔히 저항세력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하나의 단일한 조직이 아니며, 그들이 모두 미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들(주되게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에 대한 공격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미국의 점령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다국적군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듯이, 이라크인 협력자들과의 싸움은 점령에 맞선 싸움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

타리크 알리는 최근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역사적으로 모든 민족해방운동은 “부역자”에 대한 공격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만약 네가 협조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지난 세기 모든 민족투쟁의 메시지였다. 비시 정부 하 프랑스와 점령된 유고슬라비아에서, 그리고 나중에 베트남, 알제리, 기니와 앙골라에서 협력자들은 표적이었다. 오늘날의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정치인과 비굴한 언론들은 저항세력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 점령은 추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항이 깨끗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조지 부시는 반전여론과 선거를 의식해서 미군 대신 총알받이가 될 대상을 찾아 혈안이 돼 왔다. 해외 파병군의 규모는 미국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덕분에 이라크 보안군의 수만 크게 늘어서 벌써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먼저 미군 사상자 수를 대폭 줄이기 위해 공격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정찰임무를 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담당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저항세력을 색출하는 일이다. 과연 이들이 이 임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보안군을 잔뜩 모집해 놓고 푸대접하고 있다. 어떤 병사들은 볼펜까지도 집에서 가져와야 했다.

그러나 보안군의 장교들은 대부분 후세인 정권 하에서 정권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일을 담당하던 자들이다. 이들은 언어와 지식에서 미군보다 저항세력을 색출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은 후세인을 제거한 자리에 후세인 정권 시절의 억압기구를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 이라크 군대의 근간을 지금 뒤흔들지 않으면 미래에 저항세력은 정말 힘든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저항세력의 친점령 내국인 공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쿠르드족과의 내전은 피할 수 있다

 

양대 쿠르드 정당들에 대한 공격은 기본적으로 이들이 미국과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어났다. 물론 쿠르드족이 당한 억압의 역사는 이들의 독립이나 자치 열망을 간단히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들 정당처럼 미국에 협력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만약 이들 정당들이 계속 지금처럼 미국을 지원한다면, 쿠르드 통치 지역 내부로부터의 공격이 격화될 수 있다. 또한 중부(수니 삼각지대)와 남부(시아파 지역)에서 점령에 반대하는 거대한 봉기나 통일된 저항세력이 등장했을 때, 이들과 저항세력 간에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내전이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다. 결과는 저항세력과 쿠르드족 모두의 정치적 발전에 달려 있다. 저항세력이 쿠르드족의 독립열망을 진지하게 대하고 쿠르드족 내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대안이 호소력을 가진다면 내전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쿠르드족의 진정한 해방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은 폐기처분 대상이다

 

 

이제는 정말로 유엔에 대한 환상을 재활용이 아니라 소각용 쓰레기통에 깡그리 처박아야 한다.

지난 2월 19일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이라크에서 6월 30일까지 직접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번에 유엔이 이라크에 파견된 것은 표면상으로는 미국과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알­시스타미의 공동 요청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사실상 미국이 원하지 않았다면 유엔은 이라크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원하는 꼭두각시 정권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알제리 출신 외교관 브라히미를 파견하도록 요청한 것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해 줄 원군이 필요했고 유엔이 기꺼이 나섰다.

유엔은 지역별 코커스(회원대회)를 통해 임시정부를 구성한다는 미국의 안을 거부하면서 중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려 노력했다. 그러나 유엔이 직접선거 대신 내놓은 “잠정정부”의 구성은 사실상 최소한의 선출과정도 배제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현행 과도통치 정부의 확대”안을 내놓았다. 이것은 언제 있을지 모를 미래의 선거 때까지 말 잘 듣는 명망가들로 구성된 꼭두각시 정부를 세워 놓고 미국이 마음대로 통치하겠다는 뜻이다.

알-시스타미는 유엔에 중재를 요청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자초했다. 유엔이 지난 몇 달 간 미국의 점령을 완전히 합법화한 것에 비춰봤을 때 이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그는 원래 공언한대로 직접선거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대중행동을 호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미국 대선 이전이라면 선거 날짜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면서, “유엔안보리에서 선거 날짜를 확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라는 부시의 정치적 약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루하고 애매한 유엔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중행동을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유엔의 발표가 있은 후 미국과 유엔을 동시에 반대하면서 행진한 수천 명의 나자프 시위대가 옳았다.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이 하루 빨리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돼야 한다.

코피 아난은 원래 “이라크인들의 문제가 그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동료 유엔 단원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막상 그 자신의 연기가 너무 서툴러서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행진에 참여했던 이라크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열망이 차갑게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철군도 안 하는 철수?

 

조지 부시가 망신살이 뻗치기 전에 군대를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럼스펠드는 이라크라는 진창에서 발을 빼고 싶어한다”라는 말이 한 국방부 당국자로부터 나왔다.

부시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에서 변화를 꾀할 것은 확실하다. 6월 30일 이른바 “주권 이양” 계획도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 운동 내에도 미군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기 위한 사전 단계를 밟고 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점령에 반대하는 전 세계적 동원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위험할 뿐 아니라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미국은 형식적으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이라크 미군 사령부는 미국 대사관으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12만 명의 군인들은 다른 곳으로 배치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를 이라크인들에게 넘기고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원하는 대로 6월 30일 “주권”이 누구에겐가 넘어간다면, 그 다음 날로 미국은 “직원”만도 3천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사관”을 건설할 것이다.(이것은 이라크에 배치된 5백 명에 달하는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뺀 숫자이다.) 이라크의 진정한 권력은 이 “대사관”에 남을 것이고, 이들 “직원”들은 이라크 “주권 정부”의 요소요소에 배치돼서 “자문”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 이것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영국 제국주의가 이라크를 지배했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주둔하고 있는 12만 명의 군인들은 본토와 다른 해외주둔지에서 순환 배치되는 10만 명의 군인들로 대체될 것이다(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온갖 시끄러운 팡파레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실제로 2만 명이 줄어들 따름이다. 럼스펠드에 따르면 새로운 군인들은 “임시 배치”된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이들은 “영구 캠프”에 주둔할 것이다.

그 중 제3보병사단 대신 바그다드를 담당할 제1기병사단이 주둔할 “영구 캠프”는 “영구”라는 말에 어울리게 무려 8억 달러가 투입됐다! 그것은 베트남전 이후 건축된 해외 미군 주둔지 중 가장 크다.

또한 미국은 선출된 정부도 없는 상태에서 주둔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을 3월 말까지 맺을 예정이다.

미군이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장기 주둔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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