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부르는 정부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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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병원체의 등장, 정부와 과학자들의 사실 축소·은폐, 거짓말, 질병의 급속한 확산과 치명적 결과, 폭로, 뒤늦은 대책.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전 세계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1)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광우병은 소의 뇌를 파괴하는 전염병이다. 광우병에 걸리면 소의 뇌는 마치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린다. 이 병에 걸린 소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도 하고 마치 미친 것처럼 사람을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한번 발병하면 몇 주 만에 죽게 된다.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은 애초에는 노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질병이었고 치매와 구별이 잘 되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야 이 병이 치매와는 달리 급속히 뇌를 파괴하는 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뇌는 스폰지처럼 변하고 커다란 구멍이 여기저기 뚫렸다.
광우병이 전 유럽을 한차례 휩쓸었던 1994년에 처음으로 젊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에게서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이 발견됐다. 이 병에 걸리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과학자들은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의 변종으로 생각했고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이라고 이름붙였다.
사람들은 이 병이 광우병과 연관성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맨 처음 이 병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영국 정부와 과학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말 대신 "밝혀진 연관성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백만 마리의 소를 도살하기는 했지만 사장들의 이윤을 고려해 그것이 시중에 판매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은 몇 십 명의 사람들이 희생되고 나서야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 병
국제보건기구
인간보다 이윤을
영국과 유럽연합은 1996년부터 영국에서 사육된 모든 소와 축산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과학자들은 소의 몸에서 추출된 물질들
그런데 1999년 유럽연합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이 소들이 광우병에 전염되지 않았음을 보증해 주지 못한다. 뼈만이 아니라 내장이나 기타 부속물에 의해서도 감염된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고, 광우병에 전염돼도 4∼5년 뒤에나 발병하기 때문에 당장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그리고 송아지만 키우는 목장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프랑스가 영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하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프랑스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리기까지 했다. 유럽연합 보건담당 집행위원 데이비드 번은 해제 시한인 2000년 11월 16일까지 프랑스가 영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집행위에 이를 보고하고 프랑스에 대한 사법처리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영국의 유명한 과학잡지인
또, 지난 8일에는 미국의 5개 거대 제약회사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소에서 추출된 원료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회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3)
김대중 정부의 거짓말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어 끔찍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1996년에 확인되자 광우병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 광우병 공포가 우리 나라에 알려진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러나 당시 농림수산부는 지금까지 우리 나라가 수입한 쇠고기는 모두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산이며, 영국과 아일랜드로부터는 생우는 물론 쇠고기나 부산물 등을 수입한 적이 전혀 없어 광우병의 원인균이 국내 유입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음식물 사료4)
그러나 이 말이 새빨간 거짓말임이 곧 드러났다.
영국의
이 신문은 유럽 이외 지역에서 이 사료를 수입한 주요 국가들이 한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케냐, 레바논, 몰타,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등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난 1990년 광우병 확산 우려 때문에 음식물 사료의 수입을 금지하자 이 회사는 EU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을 전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폭로된 사실에 대해 변명하기 급급했다. 정부는 "수입은 했지만 사료용이 아니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것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6일, 정부가 1998∼1999년에 소 3백여 마리를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먹여 키운 뒤 도축해 전국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정부는 음식물 사료를 먹여도 이상이 없다며 서울시내 일부 구청을 통해 축산 농가에 음식물 사료를 대량 공급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우 음식물 사료를 먹여온 소가 8백여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정부는 영국과 북아일랜드산 쇠고기와 소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류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
또한 소 가죽을 원료로 만든 젤라틴이 함유된 당류가공품 '어소티드 슈거 스트랜즈'가 지난 1996년 5월부터 1999년 7월까지 영국에서 75.6톤 가량 수입됐다. 1999년 8월부터 2000년 말까지 소 원료 가공 식품인 당류가공품이 영국에서 64.5톤이 수입돼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기 어려워지자 이제는 변명도 대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치
스위스와 독일 정부의 위선
최근 스위스와 독일은 광우병 파동으로 국내 쇠고기 소비가 감소하자 자기네 나라에서 도축된 소를 북한에 원조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독일 소 20만 마리 분을 원조받기를 원한다고 밝히자 독일 육류산업연맹은 어차피 도살될 소를 북한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라고 독일 정부에 요구했다.
스위스 정부는 최근에 '1급 쇠고기' 7백∼9백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파스칼 쿠스팽 스위스 경제장관은 자국민들로부터 쇠고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7백만 프랑의 예산을 들여 쇠고기를 국제 원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엄청난 위험에 빠뜨리는 짓이다. 북한에 원조해서 몇 년 동안 관찰해 보고 별 이상이 없다면 자기네 나라의 쇠고기 소비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일종의 '실험'인 것이다.
이에 대해
그 기사의 제목은 "미치지 않았다면 스위스 소가 북한을 구할 텐데"였다.
북한이 기아에 시달리던 지난 몇 년 동안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유럽의 정부들이 '원조'라는 명목으로 광우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쇠고기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 사람들은 왜 '1급 쇠고기'를 안 먹는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대책을 외면하는 각 나라 정부들
광우병이 발견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아주 적다. 광우병을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일으킨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지만 이견도 여전히 많다. 광우병에 걸리면 왜 뇌가 파괴되고 죽어가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광우병이 전염병이라는 사실 한 가지뿐이다.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당황하고 있다.5)
지금으로서는 오로지 전염을 통한 확산을 차단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책이다.
영국에서는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모두 18만여 건의 광우병이 보고되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것 중 영국에서 전염되지 않은 것은 1천3백여 건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광우병에 걸린 대부분의 소는 영국에서 수출한 소와 음식물 사료에 의해 전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실제로 영국산 소와 축산물의 수출이 금지됐던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광우병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도, 유럽 나라들의 정부도 그리고 남한 정부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보다 사장들의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사장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은근슬쩍 수출입 금지 조치를 풀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와 축산물을 유통시킴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새로운 질병은 때로는 치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이 더뎌서 그랬던 적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질병은 설사다. 단돈 2∼3달러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죽는다. 평균 감염률이 20퍼센트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의 에이즈 환자들은 거대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권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질병은 치료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예방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경우가 많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청결한 환경은 병에 걸릴 가능성을 낮춰 준다. 단지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간단한 예방 접종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을 피해갈 수도 있다. 광우병이나 에이즈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은 그것이 전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예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모두 죽여 없애고 다른 지역으로 수출되거나 수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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