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와 사측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파업 대오를 유지하면서, 지지와 동참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MBC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입사 30년 차 최고참 기자들은 공개 선언을 내서 “시간이 많지 않으니 김재철은 하루빨리 MBC를 떠나라” 하고 요구했다. KBS도 보직팀장 22명에 이어 라디오팀장들이 사측의 불법 대체인력 투입에 반대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뉴스 메인 앵커가 파업에 가세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KBS 김인규 사장이 임명한 옴부즈맨 위원(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뉴스를 감시·분석하는 전문가) 6명이 언론 파업을 지지하며 전원 사퇴했다. 

5월 25일 언론 파업 승리를 위한 콘서트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켜야 공정 방송도 가능하다.

굳건한 파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에 따르면 파업 기간인 2월부터 4월까지 MBC의 시청률은 19퍼센트가 떨어져 지상파 1등에서 꼴찌가 됐다. 광고 수입도 20퍼센트나 하락해 지난 석 달 동안 광고 수입 손실만 무려 4백억 원에 달한다.   

사측은 궁지에 몰려있다, MBC 사장 김재철은 법인카드 7억 원 사용과 배임, 무용수 J씨에 대한 수십억 원 특혜 지원, 부동산 투기 등 온갖 비리가 폭로되고 있다. 위기감이 커진 이명박과 김재철이 합작해 MBC 노조 지도부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단호한 파업 대오와 강력한 지지 여론에 법원도 부담을 느낀 것이다. 그러자 더욱 사기가 높아진 MBC 조합원들은 김재철 퇴진뿐 아니라 구속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파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는 언론 파업을 “불법 정치 파업”으로 규정했지만 같은 당 유승민은 “사장 선임과 지배구조 개선 관련해 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며 딴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조를 건설한 이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역대 최장기 파업을 지속하는 언론 노동자들이 사측과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언론 노동자들의 단호하고 끈질긴 파업 덕분에 가능했다. 

출구전략?

그런데 이해할 수 없게도 일부 사람들이 ‘이제 파업을 중단할 때’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미디어오늘〉 이완기 대표이사는 “파업을 위해 잠시 내려놓았”던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언론계 원로들도 파업 중인 노조 지도부를 만나 ‘사장 퇴진’에만 집착하지 말고 ‘공정보도’를 위해 복귀하자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의 퇴진 없이 공정보도는 요원하다. 한 MBC 조합원은 “2010년 보도투쟁을 한다고 파업을 접었는데 돌아가 보니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기껏 써 봤자 데스크에서 다 자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와 낙하산 사장들이 악랄한 대량 징계와 해고, 탄압 세례를 퍼붓고 있는 지금 ‘사장 퇴진’ 요구를 거둬들이고, 복귀한다면 더 커다란 보복만 당할 것이다. 

2010년 MBC 노조가 지방선거 “공정보도”를 이유로 파업을 접자, 김재철은 곧바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을 해고했고, 노조 간부들에게 정직, 감봉 조처 등 대량 징계를 내렸다. 또, 단체협약을 파기하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다. 지금도 김재철은 대규모 인사개편으로 친정체제를 만들고 시사교양국 폐지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재철 퇴진 없이 공정보도는 불가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사장이 퇴진해도 새로운 사장이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무리한 사장 교체” 요구보다 방송법 개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사회와 사장을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에 따라 임명하게 돼 있는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낙하산 퇴진과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은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아래로부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낙하산이 물러나면 이후에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하게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다.

특히, 기자 계약직화, 예능·드라마 전면 외주화 등을 천명한 김재철이 퇴진한다면 외주화를 중단하고 계약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1992년 MBC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국장추천제를 폐지하고 국장 해임 건의제 도입과 사장 최창봉을 퇴진시켰듯이 말이다.

반면, 지금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하면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일부에서 나오던 방송법 개정 이야기는 금세 쑥 들어갈 게 뻔하다. 투쟁의 압력도 없는데 저들이 알아서 애쓸 리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낙하산 퇴출’보다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파업을 접자는 이른바 ‘출구전략’은 조금도 설득력이 없다. 파업을 굳건히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리가 멀지 않았다

판돈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권영길 의원은 “언론사 파업은 정권과의 싸움이다”라며 사회적 연대 강화를 주문했다. 그동안 언론 파업은 여소야대 실패로 낙담하고 있던 진보진영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다른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하며 민주노총이 준비하는 파업의 선봉 구실을 했다. 

언론 파업이 승리한다면 쌍용차 투쟁에도, 6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화물연대 노동자 등에게도 큰 활력과 자신감을 줄 것이다. 따라서 언론 노동자들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진보진영에 더 강력한 연대를 요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5월 25일 언론 파업 승리를 위한 콘서트에서 인사를 나누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과 쌍용차 노동자들
5월 25일 언론 파업 승리를 위한 콘서트에 참가한 교사 노동자들

민주노총과 각 산별연맹은 6월 말 파업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라도, 언론 파업을 승리로 마무리짓기 위한 대규모 연대 집회 등을 지속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3월 22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다함께가 주도해 발의했던 ‘언론 파업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하루 총파업’ 같은 연대 계획은 지금 더 필요해 보인다.

한편, 언론 노동자들은 5월 16일 MBC 조합원들이 ‘시용기자’(경력기자) 채용을 막기 위해 보도국 항의 시위를 벌였던 것처럼 대체인력 투입 저지를 위한 피케팅 등 더 강력한 투쟁을 벌일 필요도 있다. 

사회적 연대를 굳건히 하고 파업을 지속·강화한다면 승리는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