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노총의 파업은 현장 조합원들보다는 지도부의 주도력에 의존해 조직되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좌파 활동가들은 민주노총과 상급노조 지도부가 실망스런 태도를 보였던 과거를 떠올리며 못 미더워 한다. “아래로부터 총파업”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부의 자기 제한적 자세를 경계하고 조합원들의 자발성을 고무하는 것은 옳지만, 투쟁을 조직하는 지도부를 지지하길 꺼리는 것은 잘못이다. 

일부 좌파들이 파업의 성격을 칼같이 구분해 경직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노조 지도부의 구실을 일면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는 정부나 사측의 압력을 받고, 또 조합원들로부터도 압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투쟁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투쟁을 조직한다는 점을 봐야 한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 기구 자체가 탄압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응할 필요를 느낀다. 이번 민주노총 파업에 상급노조 지도자들이 열의를 보이는 배경에도 이와 비슷한 요소가 있다. 타임오프,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비롯한 노동 악법들과 신자유주의 조처들이 노조 기구 자체를 공격해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도부의 계획에 따른 관료적 파업일지라도 좌파들이 어떻게 개입해 투쟁을 전진시킬 것인가다.

노조 지도자들이 주도하는 관료적 대중파업과 현장 조합원들이 주도권을 쥔 자발적인 대중파업 사이에 만리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투쟁이 발전할 경우 현장 조합원의 주도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

1995년 프랑스 공공부문 파업이 그랬다. 이 파업은 처음에 노조 지도자들에 의해 시작됐지만,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커지면서 아래로부터 대중파업으로 발전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좌파는 지금보다 확실한 전진인 관료적 파업을 지지하고 그것을 이용해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주도성을 고무하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향후 노조 지도자들이 취할 수 있는 온건화 압력과 머뭇거림과 후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이런 이유에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투사들은 벌써 2년째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관료적 대중파업에 개입해 왔다. 25년 만에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 영국 노동자들은 연금 공격에 분노하고 있지만, 자신감 회복 수준은 불균등하고 불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가들의 개입이 투쟁의 전진에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좌파들은 파업을 조직하려 노력하는 지도부와 ‘함께하면서 맞서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파업 지지 활동을 위한 공동 투쟁체를 형성해 협력적으로 투쟁 조직에 나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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