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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도급법: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도 겨냥한 악법

새누리당이 5월 30일 19대 국회 1호 입법안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내하도급법”)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가 대표 발의했고, 박근혜도 발의자 28명에 포함돼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진지하게 고려할 자들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보호” 문구는 연막이다.

이들은 말로는 뻔지르르하게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우를 받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보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법안을 보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어기면 사업주가 과태료 정도를 물면 그만이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꿈쩍 않는 현대차 자본가들을 보라. 과태료 따위야 이들에게 큰 짐이 아닐 것이다.

진정 “보호”를 하려면,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들의 정규직화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투쟁에도 큰 힘과 자신감을 보탤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오히려 ‘불법파견’을 합법화한다.

현행법은 현대차처럼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원사업주(원청)가 사내하청의 근로자수, 업무내용, 장소, 기간, 노동시간 등에 직접 개입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법안을 적용하면 원청과 하청 사업주 간의 계약에 이런 쟁점들이 포함되면 불법파견이 ‘합법’으로 둔갑한다.

게다가 원청 사업주가 직접 하청 노동자를 통제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 불법파견 시비를 벗어날 수 있게 한다.

법안에서 놀라운 내용은 원청 사업주가 고용한 정규직도 사내하도급으로 돌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취약하거나 복수노조 하에서 친사업주 노조가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을 때, “정보 제공”과 “협의”로 정규직을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이 단지 사내하청 노동자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 유연화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고통전가

입법 제안 설명에서도 이들은 고용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로 “정규직의 유연화”를 꼽고 있다. 아직은 주요 작업장에 정규직 노조가 잘 조직돼 있어 본격적인 공격을 하지는 못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이완영은 〈매일노동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입법 취지를 “새누리당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야당하고 다른 게 고용의 유연성이다. … 어떤 방식이든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노동조합들도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항의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경총도 새누리당의 법안에 반대하지만, 이들이 불법파견 합법화를 반대할 리는 만무하다. 이들은 아예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자체를 비판했다. 정말이지 염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집단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입법 발의는 유로존 위기, 중국 경제 경착륙, 미국 경제 후퇴 조짐 등 세계경제가 악화될 위험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유연화를 통해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그리고 올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현대차 원·하청 연대 투쟁을 겨냥하고 있기도 하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이미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현대차 사측은 “‘노조 요구안은 과도하다, 터무니없다, 현실성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을 빌미로 교섭을 해태하려” 한다.(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은 단지 사내하청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입법 저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