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동성결혼이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와 대선에서 경쟁하게 될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가 캘리포니아 동성결혼 금지 주민발의안을 앞장서 통과시킨 몰몬교인라는 사실은 한층 더 이 쟁점을 첨예하게 만드는 것 같다. 교계의 반발, 흑인과 라틴아메리카 이주민들의 반대 정서, 미국 내 여론 조사 결과 등이 시시각각 보도되고 있다.

오바마가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하자마자, 보수 기독교 정서가 강해 ‘바이블 벨트’라고 불리는 미국 남동부 지역 기독교계에서는 “엄청나게 큰 수용소를 지어 레즈비언과 호모들을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끔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설치하자”며 동성애혐오를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그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오바마의 발언 불과 몇 시간 전에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런가하면 얼마 전에는 뉴욕주에서는 동성결혼법이 통과됐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동성결혼이 허용된 지 넉 달 만에 다시 법이 뒤집히면서 동성결혼은 다시 불법이 됐다. 이처럼 미국에서 동성결혼은 팽팽하게 대결 중이다.

나는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선언을 환영한다. 이성애자이건 동성애자이건 자유롭게 결혼을 선택할 수 있어야, 그에 해당하는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평등’한 것이다.

오바마가 진보적이어서 그러한 발언을 하게 됐을까?

사실 미국에서는 수십 년간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싸고 팽팽한 접전이 벌어져 왔다. 멀게는 1970년대 후반 동성애자 교사를 해고하는 브릭스 법안을 막아내는 것부터 학교에서 성소수자의 역사를 가르치도록 하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공정교육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이 없었다.

‘동등한 권리’는 지금껏 투쟁해 온 성소수자들의 오랜 바람이자 그 성과다. 오바마의 발언 이후 이뤄진 갤럽 여론조사 결과,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오바마의 결정에 대해 51퍼센트가 동의했으며 반대는 45퍼센트에 그쳤다. 오바마의 발언은 지금 미국 사회 여론이 동성애를 존중하고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실질적 평등

동성결혼은 국가가 ‘이성애 가족’에게만 주는 사회적 혜택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의 선언이 의미가 있으려면 이 부분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녀 부부에게만 인정되던 재산공유와 분할권, 양육권, 의료친권, 각종 복리후생제도의 혜택 등 사회적 분배 차원의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오바마는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발뺌을 할 모양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연방법 ‘혼인보호법(DOMA)’ 폐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DOMA는 ‘동성 커플에게 이성 커플과 같은 연금, 세제상의 법적 이득을 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동성 커플은 여전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1천 1백여 가지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받게 된다. DOMA 폐지는 처음 제정된 1996년 이후로 성소수자들이 줄곧 주장해 온 바이기도 하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자들은 동성애자는 자녀를 낳을 수도 없고, 제대로 양육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 입법 당시에 반대자들이 내건 구호인 “내 조카를 아동성애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말은 성소수자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하지만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들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이성애자 부부 자녀들보다 동성애자 부부의 자녀들이 더 불행하다는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동성 커플의 자녀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높은 혐오와 편견의 벽 때문에 더 힘들어 한다는 사실은 사회적인 편견과 혐오가 진정한 문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동성결혼을 인정하면 출산율이 떨어지고, 산업인력이 감소해 결국 사회가 망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출산률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 수준이다. 동성결혼을 세계 최초로 인정한 네덜란드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더 높은 것을 보라.

 동성결혼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법적으로 보장하는 권리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캐나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국이 동성결혼을 보장하며, 프랑스 등 22개국이 동성 간 파트너십을 인정하는 시민결합을 보장한다. 일부 주에서 동성결혼을 보장하거나, 동성 간 사실혼 관계 등을 인정하는 국가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런데도 동성결혼을 허용하면 금방이라도 동성애자가 넘쳐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에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기고한 우남식 목사는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성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고 가정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생명 잉태는 소수자 인권 보호 이전의 문제이며 … 건강한 성윤리에 기초해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했다.

동성결혼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는가? 아니면 가족 가치가 흔들리는가?

‘비정상’ 낙인

가족제도는 이성애 가족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 가치 위에 폐쇄적인 결혼 구조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가족’안에서만 아이를 출산하고 자비를 들여 양육하여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이 ‘올바르고 전통적인 가치’라고 믿어왔다. 동시에 가족제도에 완전히 고착되어 있는 고정된 남녀 성역할, 순결주의, 각종 성차별적인 관념들을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동성결혼은 이러한 관념에 일정 부분 도전하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이것을 기를 쓰고 반대한다. 성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정상’ 낙인은 ‘이성애 정상가족’을 더욱 견고히 유지하고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데도 활용된다. 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 온 가족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무엇보다 해악적인 것은 편견과 차별이 억압받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해친다는 것이다. 오바마 지지층으로 인식되는 흑인과 라틴아메리카 이주민들이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인 정서를 가지기 때문에 오바마가 이들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흑인과 성소수자가 대립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가족제도가 지긋지긋하고 싫다. 내 동성 파트너의 투병 기간 동안 전적이고 실질적인 보호자였던 나는 단 한번도 수술동의서나 치료 결정에 서명할 수 없었다. 나의 파트너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 절차에서조차 완전히 배제된 다음에야, 다른 나라의 동성 커플들에겐 ‘배우자의 시신을 처리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것도 규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합할 권리만이 아니다. 나는 성소수자가 모든 면에서 동등하기를 원한다. 내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모든 경제, 사회적 권리를 원한다. 성소수자의 이 모든 권리들은 정말로 ‘가족제도’에 도전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견고한 가족제도 때문에 배제되고 소외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형태의 가족을 꾸릴 수 있기를 똑같이 바란다. 그것은 이 사회가 야비하게 박탈한 권리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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