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1백70일 만에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노조는 핵심 요구였던 ‘김재철 퇴진’이 8월 초에 여야 합의문에 기초해 이뤄질 것을 예상하며 복귀를 선언했다. 김재철이 유임된다면 파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1백70일간의 파업은 일단락됐다.

아쉬움은 있지만 MBC 파업은 새로운 투쟁의 역사로 기록될 만하다. 

MBC 노동자들은 해고, 대량징계, 손해배상 청구 등 극심한 탄압에도 굳건하게 파업 대오를 유지하며 여러 정치적 성과와 퇴적물을 남겼다.  

5월 전국언론노동자대회 MBC 노동자들은 극심한 탄압에도 굳건히 싸우며 여러 정치적 퇴적물을 남겼다. ⓒ임수현

5백70여 명으로 시작한 파업 대오는 7백80여 명으로 늘어났다. 조합원이 아닌 보직 간부 30명과 일부 방송 작가들도 불이익을 감수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 대한 지지도 대단했다.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구속 촉구’ 서명에 한 달 만에 75만 명이 동참했고 지지금도 수천만 원이 모였다.

파업 기간 동안 ‘MB씨 방송’ 시청률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파업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뿐만 아니라 MBC 노동자들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 이상득의 부동산 투기 의혹, 김재철의 온갖 비리를 보도하며 공정방송을 염원하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MBC 파업은 상반기 중요한 정치적 파열구를 냈다. MBC 파업은 KBS, YTN, 연합뉴스 등 언론사들의 연대 파업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구실을 했다. 

언론사 연대 파업은 불법사찰의 몸통이 청와대였음을 밝혀 냈고, 박근혜가 연루된 정수장학회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또, 낙하산 사장 선임 구조의 문제점 등 언론 통제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투쟁의 불씨를 되살렸다. 

총선에서 박근혜의 승리로 진보진영이 낙담하고 있는 순간, MBC 노동자들은 ‘파업은 계속된다’고 선언하며 굽히지 않았고 이것은 민주노총의 6월 경고 파업 등의 중요한 디딤돌 구실을 했다. 

MBC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그에 따른 대중적 지지는 우파와 새누리당을 분열시켰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우파 인사들도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교체 때 김재철은 해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중요한 퇴적물은 8백 명 가까운 파업 조합원들이 1백70일을 거치며 투사로 다시 거듭난 것에 있다. MBC 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파업 조합원들은] 쌍용차 투쟁, 한진중공업, 반값 등록금 등 사회적 이슈와 소외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병상련을 느꼈다. 업무 복귀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가] 방송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한 어음”

그럼에도 김재철 퇴진과 그가 추진해 온 온갖 악행들을 저지하지 못한 채 파업을 중단한 것은 무척 아쉽다. 그래서 MBC 조합원들 속에서도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지불 이행이 불확실한 어음을 받고 복귀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 점에서 “민주당을 움직여 사태를 해결하려는 식의 발상”은 “직접민주주의를 담보할 수 없어 충분치 않은 전략”이라는 언론연대 전규찬 대표의 지적은 타당한 면이 있다. 

민주당은 MBC 노조를 비롯한 언론노동자들의 굳건한 파업과 대중적 지지가 확대되자 뒤늦게 파업 지지 선언을 했을 뿐 믿지 못할 태도를 보여 왔다. 

심지어 총선 직후 박지원은 언론 파업 때문에 자신들이 패배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과연 여야 합의 사항인 언론 청문회 실시와 제도 개선 노력이 이뤄질까’ 하는 정당한 의심을 한다. 

따라서 MBC 노조는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1백70일간 해 왔듯이 단결된 힘으로 김재철 퇴진을 위해 투쟁하며 사측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 

노조가 복귀를 선언하자마자 김재철은 곧바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사측은 조직 개편과 1백56명에 대한 보복성 인사발령을 통보했다. 대체인력 투입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 싸운 보도부문은 기존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부서로 발령을 냈다. 

MBC 노동자들은 김재철의 야비한 보복뿐 아니라 김재철과 그 부역자들이 추진해 온 기자 계약직화,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 강화, 지방 방송사 구조조정 등에 맞선 싸움도 준비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여전히 파업하고 있는 부산MBC 노동자들을 엄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파업이 남긴 퇴적물을 유지·강화하며,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선 등 제도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