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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주간연속2교대제, 묻지마 불법파견에 맞서:
현대차 원·하청 연대 파업을 지속·확대하자

현대차에서 사측과 노동자들의 쟁투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휴가 직후부터 8월 17일까지 시한부 파업을 지속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누더기 주간연속2교대제안과 비정규직안을 내놨고,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그 불만을 잠재우려는 듯하다.

보수언론은 사측의 제시안을 “파격적”이라고 과장 보도했지만, 이는 지난해 5.4퍼센트 임금 인상률보다도 낮다. 지난해보다 성과금과 격려금 총액도 적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자산이 무려 1백10.3퍼센트 증가해 1백90조 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고작 5.3퍼센트 임금 인상이 파격이라니, 그런 주장 자체가 “파격적”일 뿐이다.

사측은 지난 수년간 기본급은 찔끔 올리고 성과금과 주식 배당 등으로 생색을 내면서, 주간2교대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같은 중요한 요구들을 묵살해 왔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심야노동과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따라서 올해 현대차지부가 “3년 무쟁의”를 깨고 싸움에 나선 만큼, 또 다시 꾀죄죄한 미끼로 투쟁을 제어하려는 사측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임금뿐 아니라 주간2교대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투쟁을 지속·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인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

누더기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가 올해 싸움을 시작하면서 ‘임금 감소,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 없는 8+8 근무형태 연내 실현’을 요구로 확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런 노동자들의 오랜 열망을 무시하며, 오로지 “생산량 맞추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임금을 보전하려면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면서, 8+9, 노동강도 강화, 추가 노동시간 1백89.5시간 확보 등 사실상 주간2교대를 누더기로 만들려는 것이다. 게다가 이조차도 시행 시기를 늦추려 안달이다.

그런데도 박태주 교수가 이끄는 노사자문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노조에게 양보를 조언하는 것은 분노할 일이다. 자문위는 전임 이경훈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하려다 조합원들에게 불신 받은 안을 재탕해 내놨다. 그래서 사측은 이를 만족해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후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일부 조합원들은 “사측안대로라면 총회에서 부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지부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소식지가 아무 비판도 없이 8면에 걸쳐 자문위 견해를 소개하며 은근히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지부 쟁대위는 지금 수준에서 타결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대의원대회 요구를 분명히 내세워야 한다.

불법파견

한편,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선별적인 신규채용 방식으로 2016년까지 3천 명을 정규직화하고, 공정 재배치를 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내용은 쏙 빼놓고 말이다. 이것은 매우 기만적인 안이다.

무엇보다 정규직·비정규직 공정 분리로 불법파견을 ‘적법’하게 영구히 하려는 것이다. 2016년까지 정년 퇴직으로 인한 정규직 자연 감소분 3천여 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 빈자리를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울 위험도 있다.

더구나 정규직 자연 감소분을 비정규직으로 메우는 것은 이미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지만, 그동안에도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늘렸다.

게다가 ‘2016년까지 단계적 신규채용’조차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사측은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하며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또 사측은 “당사 채용기준에 적합한 자를 채용”한다고 했는데, 결국 사측에 순응하며 노조 활동을 안 한 사람만 골라내겠다는 뜻이다.

이런 모든 점들 때문에 정규직지부는 사측안을 비판했고, 비정규직지회는 거부하고 투쟁에 나섰다.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안에 맞서 8월 16일과 17일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현대차 본관 앞에서 연좌 농성을 했다. 이런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정당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미 8월 14일에도 원·하청 교차 파업을 벌였고, 이날 정규직지부의 방어와 활동가들의 지지·연대 속에서 울산 1공장에서 주·야간에 라인을 멈추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생산을 멈추면서 사측에게 ‘불법파견 정규직화’ 수용을 압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7월 21일 원·하청 연대 투쟁 한마당·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해 사측을 압박해야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윤선

이 파업에 참가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라인을 1시간 37분 세웠다!”, “야간조 정규직 대의원들도 함께할 줄 몰랐다. 힘이 났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8월 16일과 17일에는 정규직지부의 방어 지침이 나오지 않아, 파업이 생산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를 보고 일부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정규직지부 지도부에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단결

이런 우려를 말끔히 떨어내려면, 우선 정규직지부가 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 지부의 투쟁도 지속해야 한다. 우리의 비정규직 동료들은 지금 사측의 납치와 폭력 만행까지 당하고 있다.

동시에, 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지부와 조합원들에게 사측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하며 단결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8월 14일처럼 공동으로 싸우는 것이 사측에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하는 전술일 것이다. 이것은 사측이 노리는 분열에 맞서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측이 계속 오리발을 내밀고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 투쟁은 계속 확대돼야 한다.

지부는 지금껏 싸워 왔지만, 아직 힘을 다 사용한 것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측은 재고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언론 보도를 보면 “현대차에 재고 비상이 걸렸다.”

사측이 숨 돌릴 틈을 주지 말고 밀어 붙여야 한다. 시한부 파업뿐 아니라 쟁대위가 이미 사측에 경고한 것처럼 전면 파업으로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파업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올해 노동자 투쟁에 중요한 축이다. 이 투쟁이 승리하는 것은 다른 작업장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고, 금속노조를 겨냥한 만도와 에스제이엠 공격에 맞선 효과적인 반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