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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독도로 간 까닭은

이명박이 8월 10일 한국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그동안 화기애애하던 한일 양국 정부의 관계가 급속히 냉랭해졌다. 이후에도 이명박은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명박의 급작스런 ‘변신’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는 “뼛속까지 친미·친일”인 자고, 무엇보다 최근까지 한일군사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해 온 당사자였으니 말이다. 이명박은 집권 초기에 “일본에게 만날 사과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침묵하기도 했다.

8월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한국 지배자들이 한미일 동맹을 유지하는 한, 이명박의 ‘독도 지키기’는 ‘깜짝 쇼’에 그칠 것이다. ⓒ사진 출처 청와대

독도 문제에서도 이명박은 ‘일본 프렌들리’의 모습을 보여 줘, 일본 우익에게 자신감을 줬다. 2008년 당시 주일대사 권철현은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속박당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아”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가슴에 묻어두고” 주일대사관 웹사이트에서 이 문제들을 삭제해 파문이 일었다.

따라서 최근 이명박의 대일 강경 행보는 각종 부정부패와 민심 이반으로 흔들리는 정권의 위기를 ‘깜짝쇼’로 수습하려는 고육지책의 측면이 강해 보인다. 이명박의 지지율은 18퍼센트까지 추락해, 사실상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좌충우돌

또한 한국의 역대 정권들이 일본 과거사·독도 문제 등에서 보여 온 좌충우돌의 패턴을 이명박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당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통령들이 집권 초기에 대일관계에서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으나, 나중에 일본에게 뒷통수를 얻어 맞고 ‘강경대응 쇼’로 잠시 선회하곤 했다.

일본 정부는 이명박이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애걸했는데도, 2008년 사회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는 식으로 뒷통수를 쳤다. 최근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일본 국회의원들이 독도 방문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지배자들은 독도 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 지배자들의 대외 전략과 깊이 연관돼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지만, 이를 궁극적으로 보장해 줄 군사력은 여전히 평화헌법 체제에 묶여 있다. 그래서 일본 우익은 독도 문제를 평화헌법 개정, 군비 증강, 해외 파병 등 군사대국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왔다.

게다가 1990년대 이래 일본 자본주의는 위기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2대 경제 대국이 되는 등 동아시아의 질서가 크게 변했다. 이에 일본 지배자들은 위기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독도 문제는 일본 지배자들이 국내외적으로 떨어진 위신을 만회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쟁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비롯한 한국 지배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제대로 맞설 수 있을까. 한국 지배자들에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60년대 박정희가 독도 문제로 너무 골치 아픈 나머지 “독도를 폭파해 버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이 문제는 한국 지배자들이 다루기 매우 어려운 딜레마다.

딜레마

한국 자본주의가 군사적으로 한미일 동맹이라는 큰 틀 속에 지내 왔고, 경제적으로도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로 수십년 동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돈과 기계를 들여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고, 일본의 투자는 한국 자본가들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 제국주의 하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왔고, 미국 지배자들은 한국과 일본 등을 하나로 묶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놓고 터지는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은 미국 지배자들에게 악재다.

이 때문에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같은 자가 “한국과 일본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수주의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며 갈등의 봉합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이 미국의 이런 압력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국 민중은 과거 식민지 시절의 아픔을 생각하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격하게 분노해 왔다. 한국 지배자들로서는 이 정서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지배자들은 국내여론을 의식해,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말하면서도 일본이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에서 양보를 해 주기를 바라 왔다. 하지만 이는 일본 지배자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이명박 정권도 한국의 역대 정권들이 처한 이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울 리 없다. 따라서 이명박의 대일 강경 행보는 오래 가지 못하고, 이명박 정권의 무능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축소하겠다며 이명박을 압박하고 있고, 국내에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마저 이명박에게 등을 돌렸다.

그래서 벌써 이명박 정권은 “일본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일본은 1905년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독도를 강탈했다. 지금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제국주의적 야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도 일본에 뒤지지 않게 군사력을 강화하거나,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식으로는 일본의 야심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다. 이런 조처는 동아시아에서 군비 증강 경쟁을 부추기고 불안정만 더 키울 뿐이다. 〈한겨레〉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조용한 외교’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못 본 체한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독도 문제의 진정한 대안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제국주의적 갈등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 건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중이 진정으로 손 잡아야 할 대상은 국내 지배자들이 아니라, 반핵 시위와 군사대국화 반대 운동 등 일본 지배자들에 맞서고 있는 일본 민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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