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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적인 학교생활기록 지침 철회하라

교과부가 지난 달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더니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급기야 강원과 경기, 전북교육청 지역의 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내 생기부 기재를 거부한 교사를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이 교육청 세 곳이 내린 생기부 학교폭력 기재 보류 공문을 직권취소했고 보복성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학교폭력의 기록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 기록이 장기간 유지”돼 학생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중간 삭제” 등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라는 최소한의 요구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런 최소한의 권고조차 수용하지 않고 일선 교사들의 반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러한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 논란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에도 지금과 흡사한 방안을 발표됐다가 일선 교육계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무려 17년 전에도 반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점 때문에 백지화된 계획을 재현하고,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까지 묵살하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다.

백지화

교과부는 ‘고교의 경우 학생부 기재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고, 가해 학생의 긍정적 변화 모습도 함께 적도록 해 낙인 효과를 방지’하는 등 인권 침해 요소를 해소했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이지 황당한 이야기다.

학교폭력 내용이 입력된 생기부는 졸업도 하기 전부터 수시 등 입시에 쓰인다. 때문에 그 기록 연한이 몇 년이건 학생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실 옆에 긍정적인 내용을 함께 적는다고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가 사라지리라는 것은 몽상이다. 결국 어떻게 해도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징계 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명백한 이중 처벌이다.

또한 학생들을 징계와 처벌로 교육한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다. 징계와 처벌 위주의 정부 대책이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학교폭력의 복잡화와 음성화를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 지침은 보완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일 뿐이다.

전교조는 매우 바람직하게도 지난 4월 생기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기록하라는 “교과부 지침 폐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제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라는 교과부 지침에 “교사의 양심으로 불복종할 것을 천명”한 바있다. 또 지난 달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생기부 기재 거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장 2학기 시작부터 고3학생들의 수시 입시가 진행되고 있고, 2학기 내내 전체 학생들의 생기부가 입력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전교조가 지난 4월의 선언과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실질적인 교과부 지침거부 운동 건설로 실천해야 할 때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학교폭력 생기부 입력을 자신감 있게 거부할 수 있도록 교과부의 지침을 거부한 교사의 징계를 조직적으로 방어할 것임을 널리 밝혀야 한다.

한편 진보 교육감 지역을 비롯한 지역 교육청들은 학교폭력 생기부 기재 지침을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 강원, 경기, 전북 세 지역의 교육청은 기재를 거부하거나 보류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 중 전남 교육청과 서울 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을 그대로 하달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광주 교육청은 고3 입시생에 한해 생기부에 학교폭력을 기재하도록 했다. 전남과 서울, 광주 교육감은 조속히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정부 지침을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