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 4명이 죽었다. 이집트와 예멘, 수단, 튀니지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진입해서 성조기를 끌어내리고 불태웠고, 수단에서는 영국과 독일 대사관들도 공격을 면치 못했다. 

9월 14일 현재까지 예멘에서는 유엔 다국적 평화유지군 캠프도 공격을 받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지구와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했다. 레바논에서는 교황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이 밖에도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타르, 모로코, 인도령 카슈미르, 방글라데시 등 지난해 혁명이 일어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이슬람 국가 전역으로 반미 시위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제작했다고 알려진 이슬람 혐오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동영상은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돈에 미친 성도착자이고, 아동을 노예로 팔았으며, 이슬람 경전인 쿠란은 기독교 신약성서와 유대교의 토라를 섞어서 만든 것이라고 비하한다. 동영상 제작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슬람을 암덩어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쓰레기 영화가 나온 배경에는 그동안 서방 지배자들이 부추겨 온 이슬람 혐오증이 있다. 중동 민중을 멸시하고 제국주의적 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방 지배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슬람을 피에 굶주리고 여성차별적인 종교로 묘사해 왔다. 특히 미국은 자신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이슬람 혐오를 부추겨 왔다. 

따라서 이번 리비아 영사관 공격의 모든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그러나 오바마는 사과하기는 커녕 ‘정의의 심판’을 운운하며 해병대 50명과 토마호크 미사일을 실은 군함 2척을 리비아로 급파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조지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 사용한 미사일로 1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폭격을 가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 관료들은 리비아 영사관 공격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집단의 ‘계획 테러’라는 추측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들은 또한 반미 시위가 확대되는 것도 이슬람주의 정부나 세력의 선동 때문이라고 묘사한다. 미국은 아랍 혁명을 지지해 왔는데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 세력이 이간질하려 든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미국이 자유로워지도록 돕고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 주기까지 한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라면서 되려 리비아 민중을 타박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황당하고 역겨운 헛소리도 없다.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이슬람 혐오와 미 제국주의 때문에 상처와 고통을 받아 온 이 지역 민중이다. 

미국은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등에서 부패한 독재 정부나 왕정을 후원하며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고 그들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빈곤을 양산하도록 했다. 리비아, 예멘, 수단, 이라크 등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았거나 단순히 미국이 군사력을 과시해야 했기 때문에 미사일 폭격을 받고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돼 경제 봉쇄에 시달리거나 신자유주의 개방을 수용해야 했다. 

 리비아와 다른 나라들의 반미 시위는 이런 미 제국주의를 향해 쌓여 있던 대중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민중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혁명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어 행동에 나섰다. 그래서 오바마가 리비아 대사가 살해된 것을 빌미로 ‘정의의 심판’을 운운하며 협박했지만 반미 시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아랍 혁명이 반제국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다. 지난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으로 미국이 지원했던 독재 정권들이 무너졌을 때부터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력은 위협 받아 왔다. 그래서 미국은 아랍 혁명을 지지한다고 입발림 소리를 하면서도 혁명의 기운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지난해 카다피 정권의 학살을 구실 삼아 나토를 앞세워 리비아 혁명에 개입했다. 

도둑질

이 과정에서 전투기 폭격으로 수많은 리비아 국민들이 죽었지만, 카다피 시절의 부역자들과 서방의 꼭두각시들이 리비아 혁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리비아 혁명을 시작한 저항군은 나토가 혁명을 “도둑질”해 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 혁명의 기운을 차단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했던 리비아에서도 반미 시위가 불거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특히 미국 영사관 공격이 벌어진 벵가지가 리비아 혁명 당시 카다피에 맞선 저항의 중심지였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한다면 그것은 아랍 혁명의 잠재력을 무력화시키고 아랍 민중을 학살하면서 오로지 석유와 제국주의 패권을 위한 범죄가 될 것이다. 우리는 리비아 대사의 죽음을 빌미로 미국이 중동에서 정치적·군사적 개입을 늘리려는 일체의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아랍 민중의 제국주의에 맞선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이집트이다.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공업국이자 지역의 맹주로서 미국의 중동 지배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아랍 혁명의 결과로 미국이 후원했던 독재자 무바라크가 쫓겨 나고 이슬람주의 정당인 무슬림형제단이 집권당이 됐다.

권력을 잡은 무슬림형제단은 아랍 혁명과 제국주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 왔다. 무바라크에게는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권력 기반이었던 군부와는 타협했고, 이집트 민중의 가난을 해결하겠다 말하면서도 IMF로부터 더 많은 차관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지금도 무슬림형제단은 미국에게 이슬람 모독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반미 시위가 성장하는 것은 우려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를 몰아 낸 대중운동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국 자본주의 성장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제국주의 세력에게 자신은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어 한다. 반제국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아랍 혁명은 무슬림형제단에게 모순된 압력을 넣고 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려 온 아랍의 노동자·민중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도전하며 혁명을 심화시켜야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수십 년 동안 중동 민중을 괴롭혀 온 독재와 억압, 그리고 전쟁과 가난을 끝장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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