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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새로운 시위는 더 깊은 위기를 반영한다

앤 알렉산더가 최근 중동 시위의 배경을 분석한다.

이슬람 혐오 영화의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된 뒤 촉발된 시위가 아랍 세계를 휩쓸자, 예상대로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는 논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주류 언론들은 무슬림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 본성이 이런 시위를 낳았다고 본다.

아랍 혁명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던 사람이라면 이런 해석 뒤에 숨어 있는 편협함에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미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는 보수적 살라피주의[이슬람의 한 갈래] 설교자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시위와 공격에는 다른 종류의 힘도 작용한다. 리비아에서 미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이슬람 혐오 영화 논쟁을 기회로 삼은 무장세력의 소행인 듯하다.

튀니지에서 미 대사관을 에워싼 시위대는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한 엔나흐다당의 비난을 받았다. 엔나흐다당은 구정권 시절 주요 이슬람주의 야당이었으며, 대사관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살라피주의 집단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둘은 선거와 거리 시위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살라피주의자들이 정치의 주요 초점을 사회 정의와 진정한 민주주의 문제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엔나흐다당에도 이롭다. 왜냐하면 엔나흐다당이 이끄는 정부는 이런 것을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정치 상황은 사뭇 달라 보였다. 당시 선거에서 최고군사위원회의 장군들이,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임명한 마지막 총리를 다시 권좌로 복귀시킬 듯했다.

무슬림형제단 후보 모하메드 무르시는 ‘스페어 타이어’라고 불렸다. 무르시는 선거 마지막 순간에야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표가 집계되는 동안 최고군사위원회는 헌법을 고쳐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했다.

오늘날 무슬림형제단은 국가 내 구정권 세력과 거리의 혁명가들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무르시는 지난해 혁명 당시 시위대 학살을 이끈 최고군사위원회 인물들을 내쫓았다.

새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령으로 최고군사위원회가 고쳐놨던 헌법도 간단히 되돌렸다.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는 최근 거리의 시위대가 호응할만한 정치적 수사를 구사하는 법을 터득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있는] 이슬람 혐오 영화에 반대하고, 시리아 혁명에 연대하는 운동은 이집트의 주요 도시에서 행진을 벌였는데 일부 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이처럼 커진 자신감은 지난해에 최고군사위원회와 혁명가들 사이에 벌어진 영웅적인 투쟁이 본질적으로 교착상태에 있는 것을 반영한다.

거대한 아래로부터 대중운동은 국가에 새로운 위기를 일으켜서 구정권의 핵심부를 깨부술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 2011년 11월에 벌어진 파업과 시위는 서로 조율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총파업 호소는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반면에 군부의 중요한 부위들은 혁명운동을 전면적으로 공격하는 대신에 무슬림형제단과 새로운 거래를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무르시가 이슬람 혐오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맺고 있는 줄타기 관계를 늘 쉽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형제단한테는 “이슬람 모독”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그 덕분에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가 가자지구를 봉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어려운 질문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쟁점을 따로 분리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무슬림형제단한테는 다른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집트 경제와 계속되는 파업 물결이다. 교사들과 대학 강사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카이로 버스 운전사들도 운전을 중단했다. 반면에 이집트의 예산 적자는 GDP의 11퍼센트로 커졌다.

이집트가 IMF에 돈을 빌리게 되면, 식량과 연료 보조금을 삭감하라고 요구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분명한 것은 태풍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