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를 실시하라”,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

수십 년을 “유령”처럼 취급받아 온 학교비정규직(학비) 노동자들이 역사적인 파업을 벌였다. 11월 9일 전국 3천4백43개 학교에서 1만 5천8백97명이 파업을 벌이고 전국 16개 교육청 앞에서 파업 집회를 했다.

이제까지 정부와 학교 당국은 학비노동자들을 무시해 왔지만 이들이 파업에 나서자 교과부 발표 만으로도 학교 9백33곳에서 급식이 멈춰서고 교육에 차질이 생겼다. 진정으로 학교가 누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급식노동자, 학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회계직 노동자, 청소노동자, 돌봄교실과 방과 후 강사 등 80여 직종의 15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집회에서는 이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생생한 폭로들이 이어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년을 일하나 1년을 일하나 월급이 똑같습니다. 누가 들으면 웃을 일입니다. 매달 겨우 80~90만 원 받는데 더는 못참겠습니다. 반드시 이겨서 승리하겠습니다.”(이태의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이하 전회련] 본부장)

“서울에서는 급식 노동자 1명 당 무려 학생 1백94명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팔이 석회화 돼 쓸 수가 없습니다. 병가도 눈치 보여서 못 씁니다. 그런데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며 급식 노동자들을 불러서 내년에 잘릴 사람을 선택하라는 상황입니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은 꼭 해결돼야 합니다.”(서울의 급식노동자)

“저희 감시단속노동자들은 평균 연령이 72.3세로 한국 최고령입니다. 저희는 평일에 16시간, 휴일에 24시간, 평균 19시간을 일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4천5백80원이지만 저희는 최저임금 1천1백68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거 고쳐져야 합니다.”(감시단속노동자)

이런 열악한 노동자들의 파업은 큰 지지와 연대를 받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많은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이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학비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여러 교사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학비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교 앞 1인 시위와 펼침막 걸기 등을 하며 연대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도 지지 메세지가 이어졌다.

폭발적 가입

우파는 학비 노동자들이 학생을 볼모로 파업한다며 이간질하려 했지만 “학교에서 차별을 멈추”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고 “‘단결해서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학비 노동자들의 주장이 더 큰 지지를 얻었다.

정부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엄정대처”하겠다며 탄압했지만 이는 노동자들을 위축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파업을 압두고 노조로 가입하는 학비 노동자들이 급증했다.

“간부들이 다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가입 원서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학교비정규직 노조 서울지부장)

“전국적으로 조합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서울 전회련에만도 파업 압두고 이틀 동안 가입원서 3백 장이 쌓였습니다.”(전회련 서울지부장 박영순)

이렇게 지지와 연대가 큼에도 정부와 교육청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국립학교 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교과부장관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소송에도 불복하며 항소하고 있고 10개 보수 교육감들은 교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면담조차 해 주지 않고 있고 민주당도 교육공무직 법안을 발의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통과시킬 의지를 보여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학비 노동자들은 2차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육공무직 법이 통과될 때까지 우리는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

“이번에 못 나온 노동자들이 2차 때는 선봉투쟁 한다고 저에게 문자가 70여 통이나 왔습니다. 앞으로 2차 파업을 선봉에서 하겠습니다.”(박영순 전회련 서울지부장 )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40퍼센트에 달하는 학비 노동자들이 최근 급속도로 조직을 확대하며 파업에 나선 것은 한국 노동 운동에 중요한 희망을 보여 준다.

“비정규직에게 배우고, 비정규직이 해 주는 밥먹고 자란 아이들 60퍼센트가 비정규직이 되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학비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된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