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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마리카나 투쟁 승리 이후 ― 생활임금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다

마리카나 광원 노동자의 22퍼센트 임금 인상 쟁취와, 뒤이은 트럭 노동자의 11.8퍼센트 임금 인상 등으로 자신감을 얻은 남아공 노동자들은 ‘생활임금’(1만 2천5백 랜드, 약 1백50만 원)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해마다 자본가의 이윤은 늘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해서 쌓인 그간의 분노에 대한 반영이자 높은 투쟁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마리카나 학살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법원이 민중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입증됐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권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기업 편에 서면서 그들이 어떤 계급을 대표하는지가 명백히 드러났고, 남아공노총(코사투) 일부 관료와 전국광원노조(NUM) 지도부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증명됐다.

마리카나 광원 노동자들의 투쟁과 승리는 노동자들에게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저항 없이는 임금 인상, 열악한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남아공 노동자들은 ANC와 코사투, 남아공공산당 등에 위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통한 변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진화하고 있다. 투쟁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협상을 조율하려는 기존 정치조직들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8월 16일 마리카나 광원 학살 이후 남아공 사회운동에서 마리카나는 저항운동의 고유명사가 됐다.

“우리 모두가 마리카나다!”

“어느 한 명을 공격해도 우리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다!”

광원 노동자들의 요구인 ‘생활임금’ 쟁취 투쟁은 국내 노동부문뿐 아니라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스와질랜드 등 남아공 인근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백금 광산뿐 아니라 여타의 광산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론민과 앰플라츠, 임플라츠, 아쿼리스, 골드필즈, 사만코 등의 광산 기업에 맞서 일부 광원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다.

최근에는 서부 케이프타운 일대의 농장 노동자들도 저임금과 농장주의 학대에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두 달이 넘도록 마리카나에서 시작된 저항이 식기는커녕 다른 분야로 확대되자, 10월 18일 남아공 대통령 제이콥 줌마는 광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노동자들이 작업장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고위 관료들과 공기업 고위층의 보너스 동결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 했다.

이러한 ANC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코사투와 전국광원노조(코사투의 가장 큰 지부다) 지도부 역시 일정 정도 동조하고 있다.

전국광원노조은 파업 중인 광원 노동자들에게 “작업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전국광원노조(NUM)는 승리를 자축하는 광고판을 도시 한복판에 걸었다. ⓒ사진 김민정

전국광원노조의 이러한 행보는 광원 노동자 사이의 분열과 불신을 조장하고 심지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졌다.

10월 27일 작업 복귀를 독려하는 전국광원노조 지도부에 대한 반발 때문에 노동자들끼리 충돌이 있었고 급기야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불상사는 코사투와 전국광원노조 지도부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억지로 중단시키려는 잘못에서 비롯됐다.

콰줄루나탈대학의 페트릭 본드는 전국광원노조의 이러한 태도를 비판했다.

“전국광원노조의 문제는 대기업과 정부, 주요 노동조합이 결합해서 사회적 의견을 대표해야 한다는 ‘협조주의’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장 최악의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였지만 나는 남아공이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평화적으로 모였음에도 이들의 '불법파업'을 와해시키기 위해서 경찰의 발포는 불가피했다라는 초대 NUM(눔) 사무총장 시릴 라마포사의 입장과 기층 조합원에 반대하는 '어용노조'의 태도가 바로 현재 NUM(눔) 상층 관료의 모습이다.”

노동자들 사이의 불신과 불화를 낳고 있는, 파업을 중단하라는 전국광원노조 관료들의 요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생활임금에 대한 사회운동 조직들의 지지 역시 활발하다. 민주좌파전선(DLF) 등은 광원 노동자들의 집결지인 루스텐버그에서 ‘마리카나 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1월 10일에는 2달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앰플라즈 광원 노동자들과 민주좌파전선이 공동으로 대중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4천~5천여 명이 모여 사측의 임금 인상 안(4천5백 랜드)을 거부하고 1만 6천 랜드를 요구했다. “우리는 앰플라츠 사업장을 폐쇄할 것이다!” 하는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은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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