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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 싸우는 이가 희망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쌍용차범국민대회 대회사 전문

11월 24일에 열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범국민대회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연설을 했다. 자주 그러듯이 이 연설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많은 이들을 울다 웃게 만들었다. 박천석 씨가 감동적인 대회사 전문의 녹취를 풀어 보내 왔다.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4차 범국민대회에서 연설하는 김진숙 지도위원 ⓒ이윤선

2009년 그 무더웠던 여름, 공장 안은 참혹했습니다.

마실 물이 없어 목이 타들어갔고, 변기에선 똥오줌이 넘쳐났습니다.

조종사의 얼굴이 보일만큼 헬기를 낮게 떠서 노동자들을 위협했고, 마른 하늘에선 최루액이 비처럼 내렸고, 공권력의 군화발과 곤봉과 테이져건은 벼락처럼 내려꽂혀 노동자들을 때려잡았습니다.

비한방울 내리지 않던 하늘에선 노동자들이 피를 흘리고 나서야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빠처럼 차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장난감차를 좋아했던 주강이는 이제 더이상 차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습니다.

그때 세발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주강이는 이제 제 발로 걸어 평화대행진을 할 만큼 컸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크는 동안에도 아빠는 여전히 해고자입니다.

아빠가 감옥에 있는 동안 엄마가 혼자 병원까지 걸어가서 낳았던 가온이가 어느덧 네살입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와는 이별부터 배웠던 가온이는 아직도 아빠와 헤어질때는 자지러지게 운답니다.

가온이가 얼마나 더 울어야 아빠와 한집에 살 수 있을까요.

지새끼 끼고 같이 저녁먹고 따신 물에 같이 목욕하고 그런 일상을 저들은 언제쯤이나 누릴 수 있을까요.

투쟁가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속으로 울던 그들이 언제쯤이면 아이들의 동요를 부르며 웃을 수 있을까요.

지부장 혼자 감옥에 두고 나오며 감옥문을 나서는 것조차 죄스럽고 미안해 지부장의 출소만을 기다려왔던 저들이 철탑에 올라간 지부장을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전 지부장은 철탑에, 현 지부장은 병원에 두고 서리 위에서 밤을 지새우고 바늘끝으로 밥을 떠먹는 사람들.

삼년 꼬박 감옥을 사는 동안 노사합의가 지켜져 조합원들이 공장으로 돌아갔다는 소식 대신에 한달 간격으로 들려오던 조합원의 부음을 들으며, 한상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밖에 있는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 그는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삼년만에 비쩍마른 몸으로 만기 출소한 그가, 77일의 전쟁이 끝나던 날 조합원들을 하나하나 안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그가, 감옥문을 나와 이번엔 철탑으로 갔습니다.

삼년을 넘게 길바닥에서 상복을 벗을 틈이 없이 상주 노릇을 해왔던, 몸과 마음이 썩어 문드러진 문기주 동지가 철탑으로 갔습니다.

비정규직도 사람이다, 삼년을 외쳤던 복기성 동지가 철탑위에 있습니다.

남편이 하늘꼭대기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마누라는 황량하게 서있는 철탑과 그 위에서 날아갈 듯 나부끼는 남편을 보며 저절로 무릎이 꺽이고, 감옥은 만기출소라도 있지만, 기약도 없는 철탑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산채로 독수리에 심장을 뜯어먹히는 듯한 고통의 시간들을 보냅니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해야 하는 나라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습니까.

대법 판결을 지키라고 비정규직이 철탑에 올라야 하는 나라가 전세계 또 어디에 있습니까.

함께 살자고 외치던 노동자들 삼천명이 짤렸습니니다.

함께 살자고 목놓아 외치고 하나둘씩 죽어간 노동자가 결국 스물세개 얼굴없는 영정으로 남겨졌습니다.

살고 싶었던 사람들입니다.

살고 싶어서 77일 그 전쟁을 견뎠고,

살고 싶어서 테이져건을 맞으면서도 버텼고,

살고 싶어서 40일 넘도록 단식도 했습니다.

살고 싶어서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렸고,

살고 싶어서 여의도의 칼바람을 견뎠습니다.

함께 살자고 외쳤던 쌍차와 현대차와 유성의 고공 농성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서있는 곳입니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 민주노조가 매달려 있는 곳입니다.

영남대병원 해고자들이 집앞에서 6년이 넘게 1인시위를 하고 박문진 동지가 삼천배를 하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박근혜.

연봉 5천만원짜리 일자리 5백만 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하면서 왜 해고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습니까.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 대법판결조차 지키지 않는 정몽구는 왜 처벌하지 않습니까.

약속을 잘 지킨다면서 번번히 약속을 어기는 이유일, 조남호는 왜 감옥에 보내지 않습니까.

세사람이 잠들면 떨어질까 봐 한사람은 불침번을 선다는 철탑.

한발을 잘못디디면 천길 낭떠러지에 있는 저들을 우리가 살립시다.

절망속에서도 기적을 만들어왔던 우리,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왔던 우리,

우리가 희망이 됩시다.

동지여러분,

요즘 단일화가 대세라는데 우리도 단일화합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일화,

학생과 노동자의 단일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단일화,

강정과 용산과 평화의 단일화,

핵발전소와 철거민과 생존의 단일화,

재능과 콜트콜텍과 코오롱과 전북고속과 유성과 풍산과 영대병원과 한진과 모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승리의 단일화.

그리고 이명박과 무기징역의 단일화,

박근혜와 허경영의 단일화.

이 단일화만 이루어지면 정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동지여러분!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2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문제해결을 위한 ‘4차 범국민대회’에서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규탄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