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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현대차 비정규직 경고 파업의 성공:
·하청 연대를 더 강화해 정몽구를 무릎 꿇리자

11월 29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체인력 저지 경고 파업이 성공을 거뒀다. 이 투쟁에 참가한 투사들이 각 공장 투쟁 소식을 한껏 고무된 어조로 〈레프트21〉에 전했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백여 명과 정규직 대의원 30여 명이 함께 라인을 순회하며 대체 인력을 끌어냈다. 사측이 관리자 1백50여 명을 동원해 막아서자 실랑이와 몸싸움이 있었지만, 통쾌하게도 그들을 물리쳐 2시간 동안 라인이 멈췄다!”(현대차 1공장 정규직 대의원 박성락)

“사측 관리자들을 물리쳐 2시간 동안 라인이 멈췄다.” 비정규직 파업과 정규직의 연대가 결합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사진 제공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예상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함께했다. 파업 동참을 망설였던 일부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싸울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이전과 달리 정규직 대의원들이 나서서 사측 관리자들이 라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내기도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3공장 대표 정의동)

“비정규직 동지들 90여 명과 스타렉스 공장 정규직 대의원 5~6명이 라인 공정을 순회하면서 대체인력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41부 조립라인이 멈췄다 돌다를 반복했다. 포터 공장에서는 대체인력 저지를 위해 젊은 정규직 조합원이 라인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나는 정몽구를 구속하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힘이 절로 솟았다. 우리는 라인 통로를 휘젓고 다녔다!” (현대차 4공장 정규직 활동가 정동석)

“사측은 조합원이 일하던 공정에 비조합원이 일하게 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 사측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런데 정규직 대의원이 우리를 거들어 줘 라인을 세울 수 있었다.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 있는 일이다.”(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엔진변속기 대의원 박용희)

이날 울산 1공장은 두 시간 동안 의장 라인이 완전히 마비됐다. (8월 14일 원하청 공동 대체인력 저지 투쟁 때는 라인 하나만 멈췄다.)

다른 공장에서도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해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결과다. 연대투쟁의 전통이 있고 전투적인 정규직 활동가들이 포진한 울산 1공장뿐 아니라 다른 공장에서도 투쟁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투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3공장 성만용 대의원은 “나와 같은 조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한 것은 10년 만이다” 하고 작업장 분위기를 전했다.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올해 투쟁이 최고조로 올랐던 8월 중순보다 참가 인원이 더 늘었다.

최병승·천의봉 동지의 목숨을 건 철탑 농성과 공장 바깥에서 정치적 연대를 확산하려는 운동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인 것이다. 게다가 사측이 부분적으로 후퇴한 것도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 듯하다.

사측은 강성용 수석부지회장을 폭행하고 관리자를 대거 동원해 파업을 짓누르려 했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파업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울산 공장 전체에서 투쟁이 벌어지면서 역부족이 된 것이다.

11월 29일 투쟁의 매우 중요한 특징은 바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다. 라인을 세우는 데 정규직 대의원들의 구실이 중요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적극 투쟁에 나서고, 정규직이 연대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정몽구 일당은 사실상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최병승 1명만 정규직으로 신규채용’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는 하나다 2010년 점거파업 당시 상징이 된 이 문구는 이번 경고 파업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제공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의 요구인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개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대차 정규직지부 지도부의 ‘최병승 정규직 고용,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사내하청 정규직 고용, 해고자 복직’이라는 이른바 “3대 방향성” 요구는 부족한 점이 있다.

정규직지부 지도부는 “3대 방향성”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더 분명히 내걸고 함께 싸울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자신을 스스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려는 태도를 낳을 수 있다. 올여름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에서도 이런 태도가 노동강도 강화와 심야노동 철폐를 맞바꾸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일은 11월 29일 경고 파업의 성공을 디딤돌 삼아서 투쟁과 연대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경고 파업은 작업장 바깥에서뿐 아니라 작업장 안에서도 정몽구 일당을 밀어붙일 힘이 있고, 그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전환점이 됐다.

이 점이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지난해 한진 희망버스 등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작업장 투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장점을 이용해 정몽구 일당의 숨통을 조일 때, 정몽구 일당의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2시간 경고 파업이었지만,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를 사측이 계속 무시하고 회피한다면 더 크고 강력한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번 경고 파업에서 확인된 필승의 무기, 즉 대체인력을 저지하기 위한 비정규직의 투쟁에 정규직지부와 활동가들이 적극 연대한다는 원칙은 더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