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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교육을 망치는 중간·기말고사는 없어져야

초등학교 5학년 개구쟁이들과 함께 지내는 나는 요즘 수업이 곤욕스럽다.

기말고사 진도 맞추는 것 때문에,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겁게 수업하던 기억은 저 멀리에 가 버렸다. 교과서 페이지 수를 세며 울며 겨자 먹기로 종횡무진 칠판을 달리는 내 심정은 학생들이 시계만 보는 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늘 국어 시간에는 여성 사회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이야기를 하면서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학생들은 하나같이 투표권이 주워지면 일제식 시험을 철폐하는 교육감, 대통령을 뽑을 거라고 울분을 토해 냈다.

초등학교에서 기말고사와 같은 내부형 일제고사(한 학교에서 한날한시에 같은 문제로 보는 시험)는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학생들이 공부를 더 기피하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다. 6년 동안 한 번 보는 국가학업성취도 평가보다 내부형 일제고사가 더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사실 현장에서는 상시적으로 서술형 평가를 볼 수 있게 돼 있고, 최근 진보교육감이 집권한 지역에서는 이를 더욱 강조하는 추세다. 서술형 평가는 학생의 사고 발달을 도모하고, 상시적으로 평가하기에 교사·학부모의 의사소통과 상담에 좋은 자료가 되며, 교사의 교육 활동에 피드백을 주는 장점이 있다.

물론 아직 내부형 일제고사와 서술형 평가가 공존하고 있어 온전한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없고, 위로부터 실시되는 제도가 늘 그렇듯 교사의 평가권보다는 ‘서술형’이라는 외형의 확대에 치중하는 문제는 확실히 있다.

하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집권하면서 많은 학교에서 내부형 일제고사를 폐지한 서울의 사례를 보면, 기말고사로부터의 해방은 초등학교 현장을 교사와 학생 중심으로 옮겨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상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시험 제도 개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내부형 일제고사를 없애서 자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 재량권이 확보됐어요. 물론 처음에는 보수적 관리자나 학부모 들, 지침을 오해한 교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안착되면서 오히려 교육 활동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줄어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입시 경쟁에 찌든 교육 현실에서, 평가제도는 학교 교육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제형 평가를 폐지하는 것은 점차적으로 ‘입시 교육’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교조 강원지부의 ‘초등학교의 내부형 일제고사 폐지’ 단체협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의 반발로 인한 진보교육감의 후퇴가 이런 진보적 성과를 좌초시킨 것은, 그만큼 더욱 강하고 결집된 기층 현장 교사들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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