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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비정규직 투쟁:
단호한 점거가 몇 시간만에 학교 당국을 물러서게 하다

12월 11일 오후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소속 청소·경비·주차관리 노동자 2백여 명이 ‘악질 용역업체 퇴출’을 요구하며, 연세대학교 본관을 세 시간 동안 점거했다.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연대하려고 찾아온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과 연세대학교 학생들, 지역 및 사회단체 활동가들로 대학 본관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본관에 진입하는 노동자들

연세대분회 측은 첫째,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법을 악용해 친사측 노조를 만드는 등 노조를 탄압해 온 용역업체를 퇴출시키고 둘째, 다른 용역업체들이 집단교섭에 성실하게 참가하도록 학교가 책임질 것 셋째, 업체가 바뀌더라도 노동자들의 고용과 단체협약이 승계되도록 학교가 책임질 것 등이 명시된 요구안을 제시했다.

총무팀과 인사팀, 총무처장실 등 주요 사무실이 점거돼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여러 시간 계속되자, 혼비백산한 총무처장은 연세대분회가 제시한 요구안과 확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총무처장은 이틀 안에 ‘제일휴먼’, ‘장풍HR’ 두 용역업체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될 경우 내년도 용역업체 공개 입찰에서 해당 업체들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인서에 서명했다.

총무처

노조 지도부를 만나주지도 않던 총무처장이 협상장에 끌려나와 이런 약속을 한 것은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과 광범한 연대 덕분이다. 기한도 없이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겠다며 배짱을 부리던 총무처장은 불과 몇 시간만에 이틀만 시간을 달라며 물러섰다. 노동자들은 못미더워하면서도 이런 태도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라 여겨 점거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학교가 즉시 두 용역업체를 퇴출시키지 않고 모호한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에 연세대분회와 학생들은 긴장을 풀지 않고 언제든 다시 투쟁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본관 로비 집회

이날 점거 현장에는 올해 들어 새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여러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찾아와 감회를 밝혔다. 출범한 지 두 달 된 시립대분회 분회장은 “그렇게 학생들이 노조를 만들라고 해도 엄두를 못 냈었는데, 22명의 적은 인원이나마 노조를 결성하고 나니,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러 총장실에 들어갈 때도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시립대분회는 최근 서울시에게 직고용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지난 9월에 출범한 한예종분회 분회장은 “예전에는 어려워서 쳐다볼 수도 없던 정직원들이, 이제는 우리를 먼저 보고 깍듯이 인사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한예종분회는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행사를 하다가 노동자들을 피해 달아나던 총장을 붙들고 면담을 가졌고, 그 결과 총장에게서 다른 학교 노동자들과 동등한 수준의 정년과 노동조건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한예종분회장은 학교 측이 55세 이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닷새 만에 2만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낸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의 현장발언도 이어졌다. 중앙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노동자는 서명운동에 참여할 시간이 없어 도서관 화장실에 서명판을 놓아두었는데, 몇 시간 뒤에 가 보니 학생들이 빼곡히 서명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놓은 것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다함께 강병준)도 발언 기회를 얻어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하고 있다”며 시립대분회 투쟁과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등을 사례로 들어 주장했다.

이미 절반의 승리를 거둔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로 끝난다면 이는 또 다른 노동자 투쟁에 자신감을 북돋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본관 점거 투쟁을 지지하며 -

연세대학교 당국은 악덕 하청업체를 퇴출시키고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노동자연대다함께 서울 서부지구

[아래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 서울 서부지구가 발표한 연대 성명이다.]

지난주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 탄압을 일삼는 악질 용역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학생과 교직원 들의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서명운동 닷새만에 서명 인원 2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놀라운 지지 여론은 학내 구성원 대부분이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와 학교·용역업체의 부당한 처우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용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4백여 명을 고용하면서도 이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해고 위협 등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와 권익을 지키려고 2008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를 설립했다. 연세대학교와 용역업체는 이런 노동조합을 눈엣가시로 여겨, 어떻게든 무너뜨리려고 갖가지 노조 파괴 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용역업체 ‘제일휴먼’과 ‘장풍’은 2011년 7월에 시행된 복수노조법을 악용해 친사측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들에게 기존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친사측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강요·협박했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총무팀이 직접 용역업체들에게 “제일휴먼이 살아남고 싶으면 노조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불법노동행위를 저지른 악덕 용역업체를 퇴출시키고 연세대학교 당국이 고용을 직접 책임지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학생들에게는 고액의 등록금을 받아 챙기고, 학교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차갑게 외면하는 대학 당국의 처사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와 교섭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게다가 장풍은 ‘희망버스’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 농성으로 잘 알려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탄압하려고 용역깡패를 투입한 업체다. 제일휴먼 역시 창원의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용역깡패를 투입한 전적이 있다. 이런 업체들은 연세대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사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노동자 1만 3천 명을 사내하청으로 고용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두 번에 걸친 대법원의 판결에도 아랑곳 않고 정규직화 요구를 무시해 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덕분에 불법파견 사실을 일부 인정하며 물러서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1만 5천여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성사시켰다.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전국 9백만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일부다. 많은 학생들이 비정규 노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고, 졸업 이후 적지 않은 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결코 우리의 삶과 떨어진 문제일 수 없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연대하자.

- 연세대학교 당국은 총무팀과 용역업체가 자행하고 있는 민주노조 죽이기 공작을 즉각 중단시켜라!!

- 연세대학교 당국은 총무팀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 피해당사자인 연세대분회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

- 연세대학교 당국은 어용노조 설립 및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담당자를 처벌하라!!

- 연세대학교 당국은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악질용역업체를 교체하라!!

- 연세대학교 당국은 향후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와 학내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