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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엔진 구실을 하는 노동자 계급

아랍의 노동계급 중 이집트 노동자들은 수도 가장 많고 잘 조직돼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중엽부터 무바라크에 맞서 임금 인상과 독립노조(한국의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조직을 다졌다.

‘아랍의 봄’ 당시 마할라와 수에즈 등 주요 산업단지의 노동자들은 시위를 지지하며 파업을 벌였고, 군부는 무바라크 퇴진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튀니지에서도 튀니지노총이 호소한 총파업이 노조 지도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정권 퇴진에 쐐기를 박았다.

무바라크 퇴진 후 이집트 노동자의 상당수는 총선(2011년 11월~2012년 1월)과 대선(2012년 6월)에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과 살라피주의자들을 택했다. 그들이 독재 시절 정부를 대신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했고, 탄압받은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한편 혁명 과정에서 더 많은 독립노조가 생겼는데, 이들은 임금 인상, 고용 보장, ‘꼬마 무바라크’ 같은 악덕 관리자 퇴출 등의 경제적 요구를 주로 제기하며 파업을 벌였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8월부터 10월 사이 1천5백 건에 이르는 파업이 벌어졌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표를 몰아준 정부와 의회가 여전히 노조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파업을 이유로 활동가들을 구속·고문하자, 노동자들은 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최근 노동자들이 많은 수도 카이로와 나일강 삼각주 일대에서 집권세력이 밀어붙인 헌법에 반대하는 표가 특히 많이 나온 것은, 노동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광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통령 무르시 취임 후, 혁명에 앞장섰던 청년 활동가 6백 명이 무슬림형제단을 탈퇴했다는 말도 있다.

이집트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는 이제 갓 이슬람주의를 떠났거나 혼란을 겪는 노동자와 활동가 들에게 혁명적 정치 대안을 제시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동시에, ‘이슬람주의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다시금 운동에 끼어드는 구정권 잔재들의 위선을 폭로하며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아랍 혁명이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도록 밀어붙일 잠재력이 있다. 이집트에서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데,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을 소유한 부자들은 여전히 재산을 간직하고 있다. 주요 지도부에 공장과 호화 쇼핑몰을 소유한 백만장자 기업가들이 포진해 있는 무슬림형제단이 이런 자본주의 질서에 도전할 리 만무하다.

오늘날 아랍 노동계급은 “혁명을 완수”한다며 IMF의 돈과 긴축정책을 받아들이려는 이집트 정부, “실업을 낮출 요술 지팡이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는 튀니지 대통령 등을 인정하며 혁명을 멈출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