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도에서 충격적인 강간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항의 시위의 배경을 살펴 본다. 인도의 상황은 한국의 여성들이 겪는 억압적 상황도 떠올리게 한다.


12월 16일 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23세 여성이 끔찍하게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인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남성 7명이 그녀를 강간하고 쇠막대기로 신체를 훼손했다. 이후 그 여성은 내장 손상으로 사망했다. 이 성폭행 사건으로 연달아 시위가 벌어졌으며 인도 전역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성은 섹스 심벌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뿌리 깊은 여성차별의 폐지를 요구하는 12월 21일 시위대. ⓒPicasa

아마도 희생자가 도시 중간 계급 출신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사건은 전례 없는 언론의 주목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농촌과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강간은 모른 척하거나 은폐되기 일쑤다.

펀자브 주 파티알라의 17세 여성이 그런 경우다. 그녀는 강간 사실을 경찰에 고발했는데 접수되는 데만 14일이나 걸렸고 당시 경찰이 성희롱까지 했다. 결국 그녀는 목숨을 끊었다.

인도에서 성희롱, 여성에 대한 폭력, 강간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도의 제도와 국가에 있다.

인도의 군과 경찰은 국가에 위협적인 운동을 파괴하고자 할 때 연루된 여성을 강간하기도 한다. 낙살라이트[토지 개혁을 주장하는 마오주의 운동] 농부들이나 카슈미르 지역의 민족주의자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정부 관료들은 흔히 강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다. 옷차림이나 음주 여부 따위를 문제 삼으며 말이다.

최근의 항의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 곤봉, 최루 가스를 사용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지 2주나 지났지만 항의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위대 대다수는 정치인들이 여성의 지위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고 불신할 만큼 정치 의식이 높아졌다.

억압

강간은 인도에서 벌어지는 여성 억압의 단면일 뿐이다. ‘남아 선호’ 관습 때문에 영아 살해가 크게 늘어났으며 지난 10년 동안 단지 여아라는 이유로 낙태한 사람이 8백만 명이나 된다.

발리우드[뭄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의 영화나 다른 문화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노출하는 행태가 나날이 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진보가 아니다. 오히려 성 상품화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 될 뿐이다.

일부는 강간범이 사형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 정치인, 사회 기득권층에 사형이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인도 여성의 비참한 처지를 두고 서방의 식자층 일부는 인도를 여성의 지위가 가장 처참한 나라로 지목한다.

그러나 여성 문제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강간범의 기소율이 충격적일 정도로 낮다. 더욱이 강간과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태도는 인도만의 사정도 아니다.

2011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경찰관이 ‘강간을 피하려면 옷차림에 주의하라’는 ‘충고’를 던진 후 세계 곳곳에서는 ‘슬럿워크’ 시위가 분출했다.

인도에서 일어난 최근의 성폭력은 여성의 사회적 대우와 강간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시급히 변화해야 함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일어난 대중 시위는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인도의 끔찍한 강간 실태

  • 수도권 델리에서 14분마다 한 번씩 강간이 벌어지고 있다.
  • 강간 사건은 1971년 대비 7백91퍼센트가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각각 2백40퍼센트와 1백78퍼센트 증가한 살인과 절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다.
  • 강간 사건 기소율은 1971년 41퍼센트에서 2010년 27퍼센트로 추락했다.
  • 강간은 신고가 가장 안 되는 범죄다. 신고되지 않는 사건이 신고되는 사건보다 50배가 많다.
  • 재판은 수년에 걸쳐 더디게 진행돼 피해자를 지치게 해, 중간에 재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