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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라

정부는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라

김용욱

이라크에서 “제2의 이라크전”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전투는 그 동안 계속돼 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거짓말을 더 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전쟁과 점령을 지지했던 “의지의 동맹들”은 파병을 계속할 의지를 잃기 시작했다. 이 국가들은 애당초 반전 여론이 압도적인 자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파병했다.

폭탄 테러가 발생했던 스페인에서는 아스나르 우파 정부에 대한 지지가 선거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고, 노르웨이·카자흐스탄의 철수 발표를 시작으로 철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4월 초에 이미 철수했고, 뉴질랜드와 불가리아는 9월까지 철수할 것이다. 온두라스·태국 등은 이른 시일 안에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토니 블레어 뺨치게 이라크 전쟁 참전을 선동한 베를루스코니조차 선거용으로나마 조기 철군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이에 비하면 이라크 내에서 9명의 자국민이 일주일 동안 납치됐던 한국 정부의 무신경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오무전기 노동자 두 명이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야가 치안이 양호하기 때문에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양호한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들 지역은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쿠르드족 자치 지역으로, 지난해 미국의 침공으로부터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후 재건’이라는 정부의 파병 명분이 옹색해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 파병군의 구성을 바꾸거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기문은 이러한 주장을 서둘러 봉쇄했다. 그는 파병 규모를 바꿀 계획이 없으며 원래 파병 예산(2천억 원+α)도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한국군 등 이라크에 파병된 다국적군이 이라크 사태 악화 후 영외 출입을 중단시키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파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 타임스〉 4월 11일치 주요 칼럼에서 다른 국가를 전투에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미국 정부의 절박한 심리를 드러냈다.

“만약 미국 혼자서 이라크 거리를 상대한다면 우리는 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세계가 이라크 거리를 상대한다면, 우리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미군·영국군에 이어 세번째 파병 규모이자 특전사를 포함하고 있는 자이툰을 놔두지 않으려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이툰의 위상 때문에 공격 표적이 될 것이다.

이미지 트레이닝

한국 정부도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자이툰 부대는 재건은 뒷전이고 몇 달째 전투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참혹한 전투 장면 모델이 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열우당의 김근태 같은 자는 이라크에 정부가 들어서는 6월 30일 이후로 파병을 연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 때쯤이면 저항 세력의 공격이 수그러들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그러나, 설사 6월 말까지 미군이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데 성공하더라도, 파병군의 안전은 몇 달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팔루자 학살을 겪은 이라크인들은 미국 주도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미국이 어떤 종류의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더라도 점령에 맞서 다시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한 미군 장교는 4월 11일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자들[저항 세력]을 이길 수 있고, 우리의 단호함을 증명할 수 있다. … 하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진전이 없다면 우리는 7월 1일에도, 9월에도, 혹은 내년에도 지금과 똑같은 싸움을 끝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하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도 싫든 좋든 이라크 사람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파병이 낳는 문제점은 자이툰 부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역풍은 국내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태국군은 불과 4백40명을 파병했음에도 공공연하게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그보다 거의 열 배나 많이 파병하는 국가가 테러의 표적에서 벗어날 리가 없다. 일부 정부기관들은 이미 테러를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월 6일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파병국 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언제·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테러 보험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철통 경비를 구실로 이주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운동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애국자법에 따라서 수천 명이 불법적으로 구금돼 있다. 정부의 테러 대책에 반대해야 한다.

대규모 추가 파병은 우리 모두를 부시와 노무현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커다란 위험으로 던져 놓을 것이다. 우리가 싸울 이유는 충분하다. 저들은 이미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의 힘을 대중 투쟁으로 연결시키자. 파병 반대 투쟁에 적극 참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