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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새 정부의 불안정:
1%만을 위해 준비하다가 다른 준비가 안 된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서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근혜의 이미지는 벌써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국민대통합’ 약속은 진작부터 빛이 바랬다.

복지 공약에서는 말 바꾸기와 ‘먹튀’가 계속돼 왔고, ‘경제민주화’도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목표와 과제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경제부흥”과 “제2의 한강의 기적”만이 강조됐을 뿐이다.

국정목표는 물론이고 취임 연설문에서도 ‘노동’과 ‘민주주의’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불온시 한 군사독재 정권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고 꼬집었다.

박근혜는 결국 우파·지배계급과의 ‘약속’만 지키려 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장 앞 1인시위 중인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미진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 강경책과 군비 증강 주장도 노골적이기만 하다. 결국 대선 때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는 사라지고 ‘성장과 안보’라는 우파의 전통적 의제가 전면에 등장한 형국이다.

박근혜가 ‘국민대통합과 대탕평’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도 거듭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것은 박근혜가 취임식 전날 저녁에 윤창중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전격 임명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반대한민국 세력”이라고 한 자를 끝내 자신의 입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나온 반대와 비판은 간단히 무시됐다.

15년간 박근혜를 보좌한 최측근 비서관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도 고스란히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표적 친박인 진영, 허태열도 각각 장관직과 비서실장직을 차지했다.

박근혜가 곁에 두려는 자들은 지금 대부분 편법 증여,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 위장전입, 전관예우 등 온갖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또 ‘공직 → 로펌·기업 → 공직’을 반복해 왔다는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공직에서 구축한 지위와 연줄을 이용해 로펌·기업에서 로비를 일삼고 거액의 급여를 받아 챙긴 것이다. 이런 자들이 누구를 대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예스맨

낡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경제부총리 내정자 현오석의 아버지는 4·19 혁명 당시 시위대에 발포를 명령한 경찰수뇌부에 속해 있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서승환의 아버지 서종철은 1975년 인혁당 사형집행명령서에 서명한 장본인이다. 민정수석 곽상도는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수사 때 강기훈 씨를 수사하며 잠 안재우기 고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중요한 공통점은 “예스맨”들이라는 것이다. “예스맨보다 더한 노드맨(끄덕이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박근혜는 입 안의 혀처럼 부릴 수 있는 이런 자들을 모아서 강력한 친위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임기 초반 6개월 내에 공약의 70퍼센트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요 복지 공약이 ‘먹튀’가 되는 상황에서, 여기서 말하는 ‘공약’이 무엇일지는 짐작할 만하다. 지금 박근혜가 지키고 싶은 것은 지배계급과 우파에게 자신이 했던 약속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박근혜 뜻대로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민주통합당은 지금 박근혜의 일방적 정부조직개편안과 의혹 투성이 인사들을 문제 삼고 있다.

압력을 받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몇몇 인사들에 대한 “용퇴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권력과 자리를 둘러싼 친이-친박계의 내분과 암투가 격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홀로 취임’한 박근혜는 아직도 내각 구성과 장관 임명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회의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분열과 위기는 봉합될 듯하다. 새누리당은 결국 박근혜의 뒤를 따를 것이고, 동요하는 자유주의자들인 민주당도 “새 정부 출범에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의 ‘나홀로 불통 정치’가 안고 있는 위험성은 계속될 것이다. 한홍구 교수는 〈한겨레〉 칼럼에서 “박정희의 종신형 권력운용 방식을 모델로 했다가는 5년 만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부도가 나기 쉽다”고 경고한다. “박근혜가 따라 하는 박정희의 용인술은 결국 그의 리더십의 총체적 붕괴뿐 아니라 그 자신의 죽음까지 가져온 글자 그대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복지를 확대하되 증세는 없고 재정 건전성은 유지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기 어렵다”(〈조선일보〉)는 박근혜의 딜레마도 여전하다.

특히 경제 위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 크다. 영국 〈BBC〉는 “좋은 시절 비탈에서 경제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성장 엔진이 덜덜거리거나 멈추려 할 때는 훨씬 더 어렵다”며 박근혜의 어두운 앞날을 예측했다.

이 때문인지 총리 정홍원에 따르면 박근혜가 최근 “잠이 잘 안 온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하고 나라를 이끌어 갈까 고뇌에 빠졌다” 하고 말했다고 한다.

진보진영은 이런 박근혜의 모순과 위기를 폭로하며 저항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근본적 사회변혁가들은 이 과정에서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