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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
“싸워서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우의정 (충남학생수련원 수련지도원,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지부장)

충남학생수련원에서 제가 하는 업무는 아이들에게 수련 활동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수련 기간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서 일해야 하고, 24시간 일을 하니까 수련원 내 숙소에서 생활합니다.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처지라 특히 힘들어요.

육아휴직이라도 맘껏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비정규직은 그럴 수가 없어요. 육아휴직 기간에 계약을 해지해 버려서 쓸 엄두도 못내요.

이처럼 차별이 심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습니다. 전국에서 “한번 해보자”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충남도 예외는 아니었죠. 그런데 지부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지경이었기 때문에요.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근무 평가도 좋고, 수련원에서 요구하는 자격증도 다 갖췄습니다. 해고될 이유가 전혀 없었죠. 표적 해고를 당한 겁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워야겠다는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한 달 넘게 간부 파업을 하고, 단식농성도 20일 가까이 했습니다. 아이들을 두고 나와 싸우는 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을 이 집 저 집에 맡겨야 했고, 막내 아이가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투쟁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노동자들을 보며 왜 저렇게까지 투쟁할까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그런 처지가 되니 ‘무조건 싸워서 이 부당함을 세상에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믿고 단식을 풀어라’ 하던 교육청은 막상 단식을 풀었더니 법대로 하자며 딴소리합니다. 최근 충남교육감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폭로됐죠. 교육 기관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더 똘똘 뭉쳐있습니다. 비정규직을 탄압하고 우습게 보는 것도 더 심해요.

해고된 학교비정규직 수가 1만 명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그 사람들이 필요 없어서 해고하는 것이 아니에요. 1만 명을 해고하고 또 그만큼의 노동자들을 새로 뽑습니다.

오늘 조합원 한 분이 부당한 일을 당했다며 울면서 전화하셨습니다. 하루 업무 시간을 7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고, 무기계약직인데 그것도 취소한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불이익을 당할까 봐 노동조합과 말을 하는 것도 덜덜 떠시더라고요. 그 분에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불이익을 당했다. 싸워야 개선이 된다. 당장 어려움이 있다고 피하면 절대로 지금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 찾아 주지 않아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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