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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도시철도 분리는 수많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철도 ‘제2공사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서울지하철의 경험을 들었다. 인터뷰한 서울지하철노조 활동가 박희석 씨는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분리될 때 노조 간부로 활동했고, 현재 국제노동자교류센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지하철·도시철도 분리 운영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미 이때 신자유주의 공세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시장 경쟁을 위해, 이른바 ‘선진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서울지하철을 분리하게 된 거죠.

당시 서울시가 외형적으로 내세웠던 것은, 2조 4천억 원 정도의 건설 부채였어요. 부채가 이렇게 많으니, 새로운 노선은 분리해 경쟁시켜야 한다는 거였죠. 그래야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지하철의 건설 부채를 국고로 보조하잖아요. 한국 정부는 그걸 안 하고 있는 거죠.

서울지하철의 분리 운영 목적은 경쟁적으로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을 하고, 종국엔 민영화하는 것이었어요. 당시 서울지하철도 민영화 얘기가 나오곤 했거든요.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고 봐요. 서울지하철노조가 1989년부터 1993년까지 계속 파업을 했거든요. 수도권의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했으니 정부도 부담이었을 거예요. 이런 강력한 노조가 있으면,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겠죠.

도시철도가 세워졌을 때 서울지하철의 경력 사원들을 뽑아 갔는데, 노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안 받았어요. 도시철도노조 초대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노무처의 간부였죠. 우리를 탄압하던 관리자가 노조를 만들었다니까요. 정부 말 잘 듣는 노조가 필요했던 거죠.

분리 이후 어떤 폐해가 드러났나요?

‘경쟁’이라는 게 인력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여러 측면에서 하향 압력을 주기 위한 방안입니다. 실제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요.

도시철도는 서울지하철과 비슷한 거리의 노선을 갖고 있고 역사도 더 많은데, 인력은 7천 명 정도밖에 안 돼요. 서울지하철은 1만 명 가까이 되거든요. 도시철도는 서울지하철에 견줘 비정규직도 훨씬 많죠. ‘효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거죠. 정규직에 대한 인건비를 줄여서 간접 비정규직을 채용한 거죠.

도시철도에선 특히 공황장애가 심각해요. 사고가 한 번 나면, 기관사들이 앉아 있다가도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게 된대요. 공포가 몰려오기도 하고. 시민안전에 심각한 요소인 거죠.

1인 승무를 하다보면 엄청난 문제가 벌어질 수 있어요. 지난번에 하계역에서 벌어진 열차 후진 사건도 이런 문제 때문이었어요. 승객이 ‘문을 안 열어 줬다’면서 비상벨을 눌렀는데, 비상전화, 관제센터, 승무소 세 군데서 연락이 빗발친 거예요. 기관사는 순간 당황해서 패닉이 온 거죠.

도시철도가 이러면, 서울지하철은 그냥 두느냐? 그렇지 않죠.

우리는 끊임없이 도시철도와 비교를 당합니다. 서울지하철에도 1인 승무제 도입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한 쪽에서 관철하고 나서, 다시 다른 쪽으로.

이미 인력도 2천 명 정도 줄었어요. 1999년 서울지하철 파업도 2천7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해서 일어났거든요. 신규 사원들도 거의 뽑지 않아서 노동자 평균 연령이 48세나 됩니다.

서울지하철의 분리 운영이 9호선 민영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분리 당시에는 9호선의 민자 시스템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9호선 민영화는 도시철도가 분리되면서 가능했던 거죠. 도시철도가 분리되지 않았다면, 9호선이라는 파행적인 부분은 생겨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정부는 도시철도에서 시민을 상대로 모험적 운영을 해 본 거예요. 1인 승무도 해 보고, 효율성도 노려 보고. 그런데 ‘해 보니까 별 문제 없잖아’ 했던 거죠. 그래서 더 나아갈 수 있었고, 9호선을 민간에 넘긴 거죠. 민영화는 더 많은 효율을 노리니까, 앞으로 무인 시스템으로도 갈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의정부 경전철에서 이미 무인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에만 여섯 번, 올 1월에만 열 번 이상 섰어요. 만약 장애인이 타고 있었다고 생각해 봐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문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이 탔으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죠.

지금 얘기되는 철도 ‘제2공사화’도 이런 문제들을 낳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