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핵심교양과목 18개와 전공과목 31개가 사라졌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 대란을 겪었다. 학년 진급에 필요한 17학점은커녕 등록 기준인 12학점도 채 신청하지 못해 휴학을 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생겼다.

학교 당국은 미봉책으로 1학점짜리 체육 수업을 40여 개 늘리고 수강 신청 인원 제한을 풀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강의당 수강 인원이 늘어 지난해보다 최고 3배가 된 수업도 있다. 의자가 부족해 옆 강의실에서 의자를 50개씩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당국은 교육부 지침대로 수강 인원이 1백 명 이상인 강의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이런 혼선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 지침을 제대로 지키려면 강의와 교원을 늘려야 한다. 오히려 강의 수를 줄이는 것을 보면 학교 당국은 단순한 더하기 빼기도 못하는 듯하다.

체육 수업을 늘린 것은 강의 수 축소를 은폐하려는 술책인 듯하다. 1학점인데다 다수가 듣지도 못하는 체육 과목이 교양·전공 과목을 대체할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 축소의 이면에는 시간강사들을 해고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고려대 총장 김병철은 황당하게도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강의의 질이 낮다”며 박사학위가 없는 시간강사들에게 강의를 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고 꽤 많은 시간강사가 해고됐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오랫동안 본관 앞 텐트 농성 투쟁을 벌인 김영곤 강사도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게다가 학교 당국은 텐트 농성 철거를 협박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는 2014년 강사법 시행을 대비한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

이 법은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시간강사를 교원 확보율 계산에 포함하도록 규정한다. 물론 “교원”이라는 이름만 줄 뿐 그 지위에 걸맞은 혜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학들은 이 규정을 이용해 전임 교수를 뽑지 않고 계약직 강사를 고용해 교원 확보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해야 교원 확보율에 포함되므로 대학들은 여러 강의를 계약직 강사 한 명에게 몰아 주고 나머지 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다. 그래서 강사법이 개정됐을 때 많은 시간강사들이 대량 해고를 우려했다. 이번 사태로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고려대는 시간강사 의존률이 높다. 이번 사태를 보건대 고려대는 앞으로도 전임 교수는 뽑지 않고, 시간강사를 줄이고, 무늬만 교원인 9시간 강의 전담 강사를 늘릴 듯하다.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은 떨어지고 강사의 처지는 더 악화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의 부당 해고에 반대하는 동시에 강사법의 문제점도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강사법을 악용해 강사와 학생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학교 당국의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강사에게 진정한 교원 자격을 부여하고, 교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 구조조정에 맞선 학생과 강사의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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