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상업. 뭔가 자본주의의 음험한 냄새가 풍기는 단어들이다. 저자인 김기태 기자는 〈한겨레21〉의 기획 연재물인 ‘병원 OTL’의 주요 기사들을 재구성해서 이 책을 내놓았다. 저자가 머리말에 쓴 것처럼 ‘병원들이 돈을 밝힌다’는 사실은 병원을 드나드는 환자나 보호자 들도 뻔하게 눈치채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병원 장사’의 정황과 한국 의료의 현실은 읽는 이를 분노하게 하기도 하고 두렵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체험한 모의 환자 실험으로 시작된다. 쓸데없는 처방과 시술을 권하는 전문병원과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는 공공병원을 비교하며 병·의원들의 과잉진료를 폭로한다. 

대형 종합병원과 동네 병·의원 들이 서로 앞뒤 없는 경쟁을 벌이다 보니 환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의사들이 수익과 시간에 쫓겨 환자를 보고 돈이 되지 않는 입원 환자는 바로 퇴실 조처를 내리곤 한다.  

의료 상업화는 의료비를 높여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지우기도 하지만, 의료진을 혹사시켜 의료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해마다 무려 1만 7천여 명의 환자들이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각해 보라, 하루에 20시간 이상씩 일하는 전공의와 OECD 평균보다 5배나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가 어떻게 환자를 잘 돌볼 수 있겠는가?   

공공의료와 의료 상업화의 사각지대를 다룬 5장과 6장은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꼼꼼히 읽어 볼 만하다. 수십 년간 제대로 된 투자 한번 받아 보지 못한 국공립 병원들은 이제 지자체의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어느 지자체 회의록에서 언급된 지방의료원 관련 발언을 보자. 

“자체적으로 벌어먹고 살아라, 지원 한 푼도 없다,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하고 팔아 버린다고 그래요.”

하지만 행려환자, 장애인, 저소득층 환자들은 공공병원이 아니면 정말 갈 곳이 없다. 그뿐인가. 돈이 되지 않는 응급실, 분만실, NICU(신생아중환자실) 등은 국공립병원이 아니면 누구도 선뜻 개설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의료 상업화를 보이지 않게 이끄는 배후로 삼성을 지목한다. 삼성은 현대와 함께 대형 종합병원을 지어 재벌 병원 시대(삼성의료원, 아산병원)를 연 장본인이다. 

송도 영리병원 건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한국의 의료 상업화는 모두 삼성의 손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료와 재벌 들에 의해 너무나도 상업화된 한국 의료.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걸까? 저자의 말마따나 ‘돈이 먼저인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사회주의자의 해법은 ‘돈이 먼저인 세상’에서도 환자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싸우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무너지고 있는 의료 공공성의 중요한 보루인 진주의료원으로 가자. 박근혜도 멈출 수 없다는 홍준표의 탈선 기관차를 우리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 우리 힘은 이미 박근혜보다 더 강력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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