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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건설 현장을 멈춘 노동자들의 힘

목수 노동자가 주축인 건설노조 대구경북 건설지부가 5월 2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망치를 내려 놓고 투쟁에 나선 건설 노동자들은 임금을 두세 달 미뤄 지급하는 ‘유보 임금’ 관행을 뿌리 뽑고 임금을 다음 달 14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기능공 하루 품삯을 1만2천 원 인상하고, 일요일 주휴 수당을 보장하고, 월차를 인정하라고도 요구한다.

건설노조는 전체 건설 노동자 2백만 명의 체불 임금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도 임금을 제때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가 발주한 공사에서도 노동자들의 임금이 평균 60일 정도 늦게 지급되는 실정이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불만과 분노가 높고 투지도 강하다. 조합원 86.7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했다.

대구경북 건설지부는 지난해 6월 파업 이후 조직이 커졌다. 파업 전에는 대구 지역 목수 노동자 2천 명 중 4백 명이 조합원이었다. 파업 직후 조합원은 1천 명까지 늘었고 지금은 1천5백 명이다. 대구 지역 목수 노동자들의 4분의 3이 노조로 조직된 것이다.

지난해에 대구경북 건설지부가 임금 협약을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 목수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자고 요구하며 투쟁한 것이 조직 확대의 비결이었다.

사실 그 전에 대구경북 건설지부는 다른 지부와 마찬가지로 임단협을 조합원들에게만 적용했다. 그래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하루 품삯이 1만5천 원 정도 차이가 났다. 정시 퇴근도, 노동절과 노조 창립일 등을 유급 휴일로 인정하는 것도 조합원에게만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구경북 건설지부 지도부는 조합원을 설득해 비조합원의 임금 인상도 요구하며 투쟁했다. 그 결과 비조합원들도 노조의 투쟁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투쟁에 동참했고, 노조의 조직과 영향력도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길우 대구경북 건설지부 지부장은 “지난해에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하며 싸웠고, 그 결과 조직력이 확대됐다. 현재 아파트와 10층 이상 건물 건설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 90퍼센트 이상이 조직됐다”고 말했다.

“현재 매일 파업 집회에 조합원이 1천 명 이상 참가한다. 그래서 대구 지역 건설 현장은 마비됐다”며 파업의 위력을 전해 줬다.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은 지지를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김헌주 경산 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번에 건설 노동자 여러분들이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성취하고자 싸우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떨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으므로 건설노조 차원의 적극적 연대가 필요하다.

건설노조 대의원이자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전용수 조합원은 “토목건설 분과를 넘어 타워크레인 분과가 투쟁에 동참하면 파업 마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목수 노동자를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더라도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건설 현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동양 광주 레미콘분회 조합원들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투쟁했을 때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침낭과 식품을 전달했고, 건설노조 수도권본부 동지들도 분과를 뛰어넘어 방어 활동을 펼쳤다. 다른 업종 노동자들도 힘을 합쳐서 동양 레미콘 물량의 70~80퍼센트를 막아내기도 했다.

전체 노동자들에게 갈 길을 보여 주고 있는 대구 목수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도 이런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곳곳에서 투쟁에 나서는 건설 노동자들

우파 정부가 들어서고 건설 부문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황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조직력을 확대한 건설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

건설노조 울산 건설기계지부 레미콘분회는 4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한 달 넘게 싸우고 있다.

레미콘과 덤프 등 건설노조 건설기계 소속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하고 노동3권도 보장 받지 못한다.

법에서 정한 표준임대차계약서 대신 강요된 ‘노예 계약서’에 매어 있고, 물가는 해마다 치솟았지만 임대료는 10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레미콘 노동자들은 일상 생활을 포기한 채 하루 14시간 이상 일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지적했듯이 “울산 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불과 1년 만에 65퍼센트 이상의 조직률을 달성한 것은 그만큼 이들의 가슴 속에 쌓인 한과 분노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광주전남 건설지부는 광주 지역 업체 13곳을 상대로 투쟁해 승리했다.

노동절과 추석과 선거일 등을 유급 휴일로 인정하고 결혼이나 장례 등 개인 경조사 때도 하루는 유급 휴가로 인정하는 등 유급 휴일을 확대하기로 했고, ‘유보 임금’을 10일 안에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받아 냈다.

광주전남 건설지부 조합원 88퍼센트가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 임단협에 찬성했다. 광주전남 건설지부는 광주 지역의 비조합원 건설 노동자들에게도 임단협을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지역 건설 노동자들도 임금 체불, 실업, 산업재해, 불법하도급 “네 가지 없는 대전”을 만들겠다며 투쟁에 나섰다.

건설노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6월 말에도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박근혜 정부에서도 싸울 수 있고, 이길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