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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쟁은 돈이냐 사람이냐를 묻고 있습니다”

최근 쌍용차 회계조작 증거가 또다시 드러났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증거를 무시하고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탄압으로 이 투쟁을 억누르려 한다. 때문에 투쟁에 연대한 사람들에 대한 벌금 폭탄과 재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레프트21〉 박설 기자는 지난해 5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 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박설 기자는 부당한 벌금형에 저항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6월 1일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박설 기자는 판사의 몇 차례 제지에도 모두진술에서 꿋꿋하게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다음은 박설 기자의 모두 진술문 전문이다.

저는 검찰 기소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검찰이 너무 치졸하게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쌍용차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자, 도로 교통 방해를 걸었습니다. 무리한 법 적용으로 어떻게든 우리를 위축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탄압으로 우리를 멈춰 세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당일 집회에서 설사 일부 교통 혼잡이 있었다 해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쌍용차 비극을 부른 당사자는 바로 정부입니다.

제 기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2009년 쌍용차 파업이 한창일 때 공장 앞 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4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노동자·가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만난 한 노동자도 그랬습니다. 그의 바람은 정말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그저 이렇게 하루아침에 부당하게 쫓겨날 수는 없다, 생존권을 지켜야겠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는 다리에 보족을 낀 장애인이었는데도, 그 뜨거웠던 여름, 공장 안에서 휴지로 다리에 찬 고름을 닦아내며 동료들과 함께 거의 마지막까지 투쟁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노동자들에게 광기 어린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결국 공장 밖으로 쫓겨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등진 날, 그의 동료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더러운 세상’을 한탄하며 오열하던 그분을 위로할 말이 없었습니다. 동료가 이런데, 그 가족들은 어땠겠습니까.

무려 24명입니다. 24명의 소중한 목숨과 그 가족·친구 들이 흘린 피눈물이 어떤 것일지 상상이 가십니까. 아직도 복직하지 못한 희망퇴직자, 해고자 2천5백 명이 느낄 벼랑 끝 절망, 죽음의 공포가 어떤 것일지 상상이 가십니까.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2009년에 쌍용차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한 것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정부는 2010년에 쌍용차를 마힌드라에 팔아넘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지금 마힌드라는 2009년의 악몽을 재현할 먹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벌써 몇 번쨉니까? 왜 노동자들이 연이은 부도·먹튀·매각의 소용돌이에 희생돼야 하는 것입니까? 정부가 쌍용차를 공기업화해서 일자리를 보장했다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이런 대안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조차 내팽개치고, 대한문 농성장까지 무참히 짓밟아 버렸습니다.

내일이면 박근혜 취임 1백 일입니다. 정부는 당선하자마자 복지공약 먹튀하고 온갖 비리와 성희롱의 오물을 토해 내더니, 그동안 떼먹은 통상임금도 못 주겠다, 고작 시간제 알바 자리나 늘리겠다며 노동자·민중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데, 어떻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무죄인 셋째 이유는, 쌍용차 투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물음에 관한 것입니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민중이 고통을 강요 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를 극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이 바로 쌍용차 정리해고일 것입니다.

쌍용차 투쟁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에 직면해, 누구를 구할 것인가? 노동자·민중의 삶인가? 아니면 배부른 자들의 이윤 몰이인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이 투쟁을 지지하는 우리 모두는 전자를 위해, 즉 이 사회 진정한 정의를 위해 나섰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초장부터 위기로 흔들거리는 박근혜 정부는 결코 우리의 투쟁을 꺾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