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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압도적으로 파업을 가결시키고 투쟁으로 나아가자

우려했던 대로 박근혜 정부는 철도 분할 민영화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물론 아직 최종 발표는 남아 있고, 정부의 기만적 ‘의견 수렴’ 절차였던 6월 14일 공청회도 노동자·사회단체 활동가 2백여 명의 연좌 시위로 통쾌하게 무산됐다.

성장하는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6월 14일 철도 노동자와 사회단체 활동가 2백여 명이 정부의 기만적인 철도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이윤선

그럼에도 정부는 19일 민주당 의원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수서발 KTX를 비롯해 신설·적자 노선 민영화, 화물·차량 자회사 설립, 철도 운영 지주회사 설립 등 일련의 분할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에 이 모든 일들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역겹게도 국토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를 살릴 대안은 경쟁 도입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적자를 만든 것은 정부다. 정부는 PSO(공익서비스 부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인천공항철도 부채를 떠넘긴 당사자다. 무엇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코레일의 적자는 싼 값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착한 적자”다.

국토부는 ‘높은 인건비로 인해 인력이 줄고 적자가 늘었다’고도 비난했지만,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주요 공기업 27개 중 26위고, 복지 수준은 꼴찌다. 이미 일부 언론조차 “공공기관의 철밥통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했던 까닭이다.

게다가 고용이 줄어든 것은 적자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력 수천 명을 감축한 결과다. 이는 노동강도 강화와 외주화 확대로 이어져, 시민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안정과 임금·노동조건 향상은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조처다.

정당한 저항

정부는 민영화에 반발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정당성을 깎아내리려고 또다시 “철밥통”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은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가까이 KT에서부터 멀리 영국·일본 등에서까지 민영화가 불러온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의 고통을 똑똑히 지켜봐 왔다.

최근 1백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아르헨티나 열차 충돌 사고도 우리의 목숨과 안전을 위협할 민영화의 폐해를 비극적으로 드러냈다. 해마다 반복되는 영국의 철도 요금 폭등이 보여 주듯, 민영화는 우리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기업의 금고를 채워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올해 수서발 KTX를 시작으로, 철도 민영화의 빗장을완전히 풀어 헤치려 한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선 것은 비단 특정 재벌·투기자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만은 아니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고통전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유럽 전역에서 확대된 긴축과 공공부문 민영화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심지어 최근 프랑스에서도 철도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곳은 정부·노조·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철도 총회’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국내 진보진영 내 일부가 대안 모델로 여겨 왔는데 말이다.

박근혜 정부도 깊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민중을 쥐어짜고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려 한다. 특히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관철하지 못한 철도 민영화를 달성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첫째, 철도 민영화가 단지 일부 적자 노선의 구조조정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재확립해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익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철도 민영화는 철도 노동자들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공격의 신호탄이다. 그런 만큼 노동자 파업과 광범한 연대로 맞서야 한다.

둘째, 정부는 결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철도 발전 방안을 논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미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며 철저히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 민영화 외에는 이견을 허용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정부는 조만간 철도산업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 말께 철도 분할 민영화를 확정 발표한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질주를 막아 낸 철도노조가 다시금 파업 채비에 나선 것은 매우 반갑고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5월 무렵부터 대규모 집회로 결집하고, 총력 투쟁을 결의하고, 공청회도 무산시키며 자신감을 높여 가고 있다. 지역 대책위들도 노동자들과 함께 집회와 총회 등을 벌이며 연대를 넓히고 있다.

다만 철도노조 지도부, 경실련 등이 ‘사회적 논의’를 제안하는 것은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민영화 추진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정부와의 정면 충돌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투쟁 건설에 압도적으로 무게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지금의 협상 제안은 투쟁의 힘을 분산하고 괜한 환상만 자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물론, 본격적인 투쟁 과정에서 저쪽이 밀려 협상에 나선다면 응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노사민정 논의기구’가 우리 쪽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봐야 한다. 지금 정부는 물론이고, 사측이나 민주당 등도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 노력”, 효율성 확대, 통합 지주회사나 제2공사화 등을 말하며 시장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이들은 얼마든지 흔들리고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경실련이 민영화 반대에 나선 것은 10여 년 전에 견줘 나아졌지만, 이 단체가 “경영 합리화”를 내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이 약점을 노려서 ‘경실련도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 아니냐’고 파고 들었다.

혹여 정부·여당 내 일부가 사회적 논의를 수용하는 척한다 해도, 이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압박하거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 2003년에 노무현 정부도 ‘4·20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공사화법을 통과시켰을 때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공사화를 위한] 입법 과정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투쟁 건설에 우선적으로 중심을 두며 우리 편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단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6월 25~27일 열릴 쟁의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결정하자. 전국적 여객·화물 운송망을 움직이는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를 멈춰 지배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 이 힘을 최대한 끌어내 전면 파업으로 나아갈 때, 정부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는 엄청난 탄압을 퍼붓겠지만, 국정원 선거 개입 등으로 또다시 위기로 빠져드는 박근혜는 결코 강력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 철도 민영화에 반대해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고자 하는 이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 지난해부터 구축해 온 대책위들은 광범한 연대를 건설할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요금 인상, 대형참사, 인력감축 등으로 얼룩진 재앙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이 미친 질주를 막을 것인가. 우리가 단호하게 파업과 연대 투쟁으로 맞선다면, 박근혜의 민영화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