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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정상회의 주최 기업들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정상회의 주최 기업들

우석균(‘아래로부터 세계화’ 운영위원)

이번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전략적 파트너기업들과 주최기업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거대 다국적 금융기업들과 다국적 경영컨설팅 기업들이다.

메릴린치, 유에스비, 도이체방크와 스탠다드 차타드가 이번에 참여하는 다국적 금융자본들이다.

이번 회의의 첫번째 주제가 “은행과 자본”이라는 데서 보듯이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들 금융자본이 아시아와 한국에서 이윤을 최대한 뽑아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들 금융자본은 1998년 한국 금융위기 때 헐값에 산 한국 기업들을 지금 되팔아 ‘대박’을 올리고 있다. 유에스비는 그 때 4천억 원에 산 해태제과를 올 하반기에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 예정이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1999년 국민은행에 5천9백억 원을 투자해 4년만에 1조 원 이상을 챙겼다.

그러나 진짜 대박은 단기간 투기로 인한 것들이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한미은행 매각과정에서 6개월의 단기투자로 1억 6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 말 외환은행을 산 론스타는 3개월만에 1조 원의 이익을 올렸다.

다국적 금융자본의 파트너들인 다국적 경영컨설팅 회사들도 이번 회담의 전략적 파트너로 대거 참가하고 있다. 베인 앤 컴퍼니, 맥킨지 앤 컴퍼니 등의 기업들은 자회사인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의 국내 최대 회계법인을 통하거나 직접 공기업 사유화를 포함한 기업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한 대량해고 등을 조언해 주고 떼돈을 벌어 왔다.

엔론사 회계부정의 주역인 아서앤더슨의 후신인 액센추어, 딜로이트, 사스 같은 다국적 경영컨설팅 회사들은 각각 한국 자회사를 통해 한국의 재벌기업들에 ERP(전사자원관리), CRM(고객자원관리)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 떼돈을 번 기업들이다.

떼돈

ERP의 도입은 IT 분야의 ‘아웃소싱’을 통해 이루어졌다. 아웃소싱의 신화는 기업경쟁력 강화였으나 그 현실은 노동강도 강화와 교육계의 NEIS와 병원 환자 정보의 집적(EMR)을 통한 인권의 실종이었다. 이 다국적 금융회사와 경영컨설팅 회사들은 작년 4/4분기 동안 조지 부시에게 정치헌금을 가장 많이 한 기업 1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이들이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지구적 위협으로서 테러리즘’을 논의한다.

조지 부시에 대한 헌금이라면 빠지지 않는 기업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IT와 ‘정보통신기술(ICT)’, 그리고 ‘지적재산권’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리눅스 같은 지적재산권 반대 운동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데 2003년에 4억 6천만 달러를 썼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그들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학교를 수색해 ‘불법’ MS-DOS 카피를 찾아내 가난한 학교들에 2백억여 원의 벌금을 물렸다.

서울회의 주최기업 중에는 오길비 광고기업도 보인다. 포드나 BP(세계 제2위 석유기업) 같은 세계 최대의 환경파괴기업을 환경친화기업으로 선전한 것이 바로 오길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길비의 특기 분야는 전쟁 선전이다. 9·11 테러 이후 오길비사는 테러리즘에 대항한 ‘재난 대비’ 분야를 개척했다. 오길비사의 재난 대비 사례를 보면, 미 정부의 의뢰로 수행한 탄저병대응 프로그램이 있다. 미 전역에서 4명만이 죽은 탄저병사태(미국이 만든 탄저병균에 의한)를 미정부는 테러로 선포했는데, 오길비사는 탄저병 대책을 담은 비디오를 미국 전역에 상영해 미국을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아동노동과 노동착취기업으로 유명한 나이키도 이번 서울회의의 전략적 파트너이다. 나이키는 전 생산량의 40퍼센트를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중국의 나이키 공장은 25세 이상은 아예 뽑지 않고 어린 아이들은 15∼16세로 신분증을 위조해서 고용”한다.

월드컵에 쓰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축구공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만드는데, 아이들은 “하루에 14시간 동안 똑같은 자세로 앉아 가죽 조각을 꿰맨다. 세 자매가 축구공을 만드는데, 6∼7살 가량의 동생 두 명이 가죽 조각에 구멍을 뚫으면 8살짜리 언니가 조각들을 꿰맨다. 이 아이들은 공 한 개당 13루블(약 2백 원)을 받으며 하루 평균 4∼5개의 축구공을 꿰맨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의의 파트너기업인 맨파워를 보자. 세계 1위 노동자 파견업체인 맨파워의 한국자회사 맨파워코리아의 사장 김기윤은 ‘인재파견협회’의 1·2대 회장으로 1993년부터 근로자파견법을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이다. 결국 1998년 입법화된 파견근로자‘보호’법 이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후원사인 메릴린치사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한다. 메릴린치가 싫어하는 한국 기업은 한국전력인데, 메릴린치는 한국전력이 “규제 환경의 개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 요금 자유화 등의 신호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없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기업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가, 그리고 이들이 후원하는 자들이 모여 벌이는 전략회의가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정상회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