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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를 위한 길 닦기:
기관사 1인 승무제 확대 저지하자!

 이 글은 7월 18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이다.

철도 공사가 기관사 1인 승무 확대를 철도 전체에 밀어붙이고 있다.

철도공사는 1인 승무를 7월 15일부터 중앙선 여객열차와 경부선 화물열차에 시범 실시하고 8월 1일부터 전체 열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여객 열차에 한해 점차 확대해 온 1인 승무를 이번에 화물 열차까지 전격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1인 승무 추진을 잠정 유보하고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한 지난 6월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 공사의 1인 승무 시범 운행은 현재 철도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있다. 청량리, 제천, 김천, 부산 모두에서 조합원들의 저지 행동으로 시범 운행은 3일 째 무산됐다. 정말 통쾌한 일이다.

이 행동에는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뿐 아니라 서울기관차지부, 대구기관차지부 등 다른 기관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기관사 조합원들에게 사복 근무, 대기 근무 시 초과 근무 거부, 휴일 운행 거부 지침을 내렸다. 청량리에서는 KTX민영화 저지 동부대책위가 연대해 함께 시범운행을 저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투쟁을 전폭 지지한다.

안전 위협

철도공사는 용산 개발 파산을 빌미로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용산 개발이라는 무모하고 위험 천만한 부동산 투기를 벌이고 파산에 이르게 한 진정한 주범은 이명박, 오세훈, 철도공사 고위 관료들이다. 이런 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데,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무엇보다 1인 승무는 철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오는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 때 2백 명이 넘는 승객들을 참사로 몰아간 원인이 1인 승무제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철도노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관사의 절반 이상이 운행 중 사상 사고를 경험했고, 69퍼센트가 차량 고장으로 열차가 멈춰선 경험이 있다. 그래서 기관사들은 1인 승무가 심각한 심적 부감을 주고 고장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에 어려움을 준다고 호소한다.

현재 공사가 추진하려는 중앙선의 경우 더 위험하다. 기관사들은 특히 한 선로에 여러 종류의 열차가 운행되는 중앙선에서 “1인 승무는 열차 충돌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하고 경고한다.

화물 열차 1인 승무도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하다. 화물 열차는 이미 2000년대 초반 구조조정으로 화물열차 승무직을 모두 없애버린 상황이다. 수십 대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를 기관사 1인이 모두 책임지라는 것이다. 작은 고장에도 화물차 탈선, 전복 등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1인 승무는 기관사들의 노동 강도도 대폭 강화하고 고용도 불안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기관사의 조건이 이렇게 악화하면 이것은 당연히 안전 운행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 조건은 철도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민영화 사전 정지 작업

무엇보다 철도 공사는 수서발 KTX 민영화를 시작으로 철도 분할 민영화를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1인 승무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영화를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는 셈이다. 이것은 두 가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우선, 민영화로 철도를 인수할 사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해 주려는 것이다. 철도 공사는 기관사 1인 승무 외에도 역사 무인화 등 다른 분야의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모델로 삼는다는 독일 철도 역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다. 민영화를 추진해 온 대부분의 정부들은 민영화 전 단계로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곤 했다. 이것은 ‘민영화가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 보여 준다.

또 다른 효과는 민영화를 둘러싼 전면전을 벌이기 전에 철도 파업의 핵심 세력인 기관사들을 공격해 철도노조의 힘을 약화시켜 두려는 의도다.

따라서 지금 공사가 밀어붙이는 1인 승무 등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민영화 반대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이미 철도 노동자들 자신이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며 1인 승무에 맞서 싸우고 있다.

1인 승무 저지 등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 노동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 민영화 반대 투쟁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망설일 이유도 없다. 오히려 철도 구조조정은 민영화와 마찬가지로 철도 안전을 위협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민영화 반대 운동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연대

시범 운행 무산 이후에도 철도 공사는 물러서지 않고 1인 승무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로서도 여기서 밀리면 본격적인 민영화 추진 동력에 손상을 입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부는 1인 승무를 전면 확대 시행해 기관사들을 우선 제압하고 철도 노조 파업의 기세를 꺾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운다면 파업 이전부터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더 높일 수 있다.

지금 벌어지는 시범 운행 저지와 이어질 1인 승무 저지 투쟁에 기관사들뿐 아니라 철도노조 전체가 맞서 싸우며 민영화 반대 파업을 조직해 나가자. 전국의 철도민영화 지역대책위들도 이 정당한 투쟁에 함께 동참해 싸우며 그 효과를 더 높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