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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 '우경화'의 이면:
탈원전 시민 후보와 공산당의 부상

지난 7월 21일에 일본에서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했다. 탤런트이자 배우로 활동하다가 ‘탈원전 선언’을 하고 반핵운동에 뛰어든 활동가인 야마모토 타로가 도쿄도 참의원으로 당당히 당선한것이다.

야마모토 타로는 〈배틀 로얄〉, 〈GO〉 등의 유명한 영화들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던 영화배우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일본 정부가 이재민들을 방관하자, 그는 트위터에 “가만히 테러국가인 일본을 거들지는 않겠다”며 도쿄의 반원전 시위에 참가하겠다는 ‘반원전 선언’을 했다. 한 시민으로서 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는 이 발언 때문에 모든 방송 출연이 취소됐고, 연예계 활동을 그만둬야 했으며,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하지만 야마모토 타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탈핵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반원전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후쿠시마 이재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탈핵을 주장하는 강연회와 세미나에서 연사를 맡았다.

심지어 규슈의 겐카이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중지하라는 청원서를 현청에 전달하려다가 경찰과 충돌을 빚어 고발까지 당했다. 그러나 그는 “비록 수입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탈핵 운동을 하면서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반원전·탈핵’, ‘평화헌법 수호’ 등의 공약을 걸고 이번 7월의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찍이 민주당 같은 정당들의 섭외가 있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자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일본 사회민주당, 일본 녹색당, 일본의 여러 좌파 조직들이 정치적·재정적 지원을 했으며, 전국에서 1천7백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선거 유세를 도왔다. 일본 정부와 기성 정당들에게 실망한 수많은 시민들이 그를 지지했다.

이런 시민들의 응원 속에서 야마모토 타로는 65만 표를 얻으며 도쿄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점은 여러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정치 세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자민당에 속한 정치인 가문이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특정한 지역구를 독점하는 행태가 잦다.

또한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고 정치적 중심지인 만큼, 자민당이나 공명당 같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우파 정당들이 최대한 집중하는 지역이다. 실제로 야마모토 타로가 승리한 선거구도 오랫동안 자민당이 독점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야마모토 타로는 무소속으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에 힘입어 당선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같은 선거구에서 키라 요시코라는 일본 공산당 후보도 당선했다는 점이다. 그는 30세 신인 정치인으로, 도쿄의 반원전 데모를 적극적으로 조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변들은 평범한 일본인들이 얼마나 반원전과 탈핵을 지지하는지 알려주는 명백한 지표다. 주류 언론들은 단순히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외면하는 새로운 흐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탈핵운동과 원자력 발전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좀더 힘을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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