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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정당성도 ‘원점 재검토’ 돼야 한다
촛불과 노동자 요구·투쟁 결합으로 맞서자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8월 14일(수) 범국민 촛불대회에 맞춰 발행한 리플릿의 일부다. 〈레프트21〉은 이 리플릿의 글들을 2개의 기사로 나눠 싣는다. 이 글이 첫 번째다.

박근혜 정부는 ‘7개월 동안 준비했다’던 세재개편안을 4일 만에 “원점 재검토하겠다”며 물러섰다. 유리지갑 터는 세재개편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급속히 커지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특히 8월 10일에 전국적으로 10만 명까지 모인 촛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을까 봐 우려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꿔서 김용판과 원세훈의 국정조사 증인 동행명령서 발부를 합의해 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근혜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정원 게이트의 책임을 회피하며 촛불을 무시해 왔다. 심지어 원조 공안검사로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부정선거와 정치공작에 도가 튼 김기춘을 비서실장에 임명하며 민주주의 ‘불복’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 말에 5백여 명으로 시작한 촛불은 한 달 반만에 1백 배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불길처럼 번지는 풀뿌리 시국선언에는 공무원노조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동참했고, 청소년과 대학생, 교수 들의 시국선언도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촛불의 기세가 커지면서 ‘NLL 물타기’도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는 최근에도 “사초 증발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했지만 호응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검찰은 대화록 열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며 물타기의 효과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시에 국정조사를 빈껍데기로 만들려는 저들의 시도는 여전하다.

김무성과 권영세의 증인 채택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끌려 나온 김용판과 원세훈도 기만적 태도로 일관했다. ‘국정조사 증인 선서 거부’로 진실을 은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은 진실과 정의를 파묻고 1퍼센트가 판치는 불의의 왕국을 세우려는 자들에 대한 분노를 더욱 키울 것이다.

화들짝

지금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은 단지 촛불을 든 수만 명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 48퍼센트만도 아니다. 박근혜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속에서도 의구심이 자라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압력 속에 줄어든 입지를 만회할 계산을 하며 장외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를 수습할 카드가 별로 없다. 박근혜 정권이 한 발도 물러서기 힘든 이유는 국정원 게이트의 본질 그 자체에 있다.

‘1퍼센트’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똘똘 뭉쳐서 불법과 부정까지 불사하며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 발 물러서면 자신들이 펼치려는 반동적 정책들도 그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더구나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위기가 박근혜 정권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가 ‘경제민주화 일단락’을 선언하며 재벌 퍼주기에 나서도록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박근혜는 공작정치와 공안 탄압에 능숙한 김기춘을 앞세워 위기를 정면돌파하려 한다. 그리고 민주당에게 ‘대선에 불복한다는 거냐’ 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믿기 힘들다. 2008년 촛불 때도, 한미FTA 투쟁 때도 민주당은 제일 먼저 거리를 떠나며 우리의 뒤통수를 친 바 있다. 8월 10일에도 민주당 원내대표 전병헌은 “선거 결과를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다가 일부 사람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당한테서 독립적인 관점으로 아래로부터 투쟁과 ‘거리의 정치’를 더욱 강화·발전시켜야 한다. 거리의 운동을 국정조사를 위한 압력넣기용으로 한정하거나 통제해 박근혜가 시간을 끌며 빠져나갈 틈을 줘서는 안 된다.

조금이나마 진실이 밝혀지게 만든 힘도, 똘똘 뭉쳤던 박근혜·이명박·전두환 간에 틈이 벌어지게 만든 힘도 거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반동적 정책에 대한 분노를 거리로 끌어내자.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거리의 촛불과 결합시키자.

쟁점을 확대하고 노동자가 앞장서면 이길 수 있다

박근혜는 철도 민영화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내팽개쳐졌고, 복지 확대 공약은 줄줄이 ‘먹튀’해 버리고 있다.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쇄를 사실상 도와줬고, 시간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며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부동산 투기꾼만을 위한 정책 속에 전월세 대란이 계속되고 있고,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도 예고되면서 더운 날씨에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을 쥐어짜면서 ‘경제 활성화’라면서 재벌 퍼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무기 수입 등으로 국방비도 수십조 원 증액하려 한다. 이런 데 쓸 돈이 부족하니까 노동자 증세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범죄만이 아니라,이런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도 맞서야 한다. 투쟁의 쟁점과 요구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철도노조, 쌍용차 해고자들, 공무원노조의 투쟁 발언은 촛불집회에서 아낌없는 호응과 지지를 받아 왔다. 8월 10일 집회 때 “조직된 80만의 분노를 모아서 촛불과 함께하겠다”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따라서 지금, 쟁점 확대는 촛불과 조직 노동자 투쟁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게다가 지금 임단협 시기를 맞아 노동자 투쟁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기록적인 수익 증대를 독차지해 온 현대차 사측에 맞서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준비 중이다. 약속을 뒤집으며 뒤통수를 친 정부에 맞서 학교비정규직노조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은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전교조, 민주노총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렵다” 하고 한 바 있다. 조직 노동자 운동이 탄압의 표적일뿐 아니라 저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 준다.

거리의 촛불과 조직된 노동자들의 요구 투쟁을 결합시켜서 박근혜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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