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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의 학살을 규탄한 한국의 사회단체들:
“이집트 군부는 학살을 중단하라”

지금 이집트 군부는 혁명과 민주주의를 압살하기 위해 거리에서 평범한 민간인 수백 명을 학살해 놓고 그들이 ‘테러리스트’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학살 행위를 자행한 이집트 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8월 27일 한남동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이 모여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집트 혁명에서 희망을 느끼며 연대를 보내오던 많은 사람들이, 그 희망을 파괴하려는 시도에 분노해서 함께 모인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학살을 중단하라"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민주노총, 나눔문화, 노동자연대다함께, 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인권연대 등 주최로 열린 ‘이집트 군부의 민간인 대량학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이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나눔문화, 노동자연대다함께, 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인권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첫 발언을 한 인권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집트 군부의 학살에 분노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아무 죄없이 사람들이 국가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국가 범죄다.

“군대와 경찰을 보유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학살을 자행할 때, 그 국가는 깡패에 불과하다. 우리는 깡패들의 연락 사무소 앞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집트 사람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의 폭력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하고 준엄하게 요구했다.

국가 범죄

다음으로 발언한 나눔문화 김재현 사회행동팀장은 “30년간 이집트를 군림하던 무바라크 독재 정권도, 이집트를 쥐고 흔들던 미국의 힘도 민주화를 열망하던 이집트 사람들 앞에 무너졌다” 하며 이집트 민중의 힘이 군부에 맞설 진정한 동력임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강대국들과 아랍 독재 정권들의 위선을 꼬집었다.

“미국은 이집트 군사 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쿠데타 직후 막대한 자금을 이집트에 지원했다. EU와 UN조차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부끄러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덧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군부 학살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칼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는 없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군부의 민간인 대량학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집트 군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분노의 함성을 외치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군부의 민간인 대량학살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주한이집트대사관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미진

노동자연대다함께의 김종환 활동가가 마지막으로 발언을 했다.

“이집트 군부와 과도 정부는 자신들이 학살한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학살을 자행한 군부야 말로 테러집단이다.”

그는 무르시에 대한 태도와는 별개로, 군부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우리는 무슬림 형제단을 학살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군부는 나아가서 노동자 운동과 혁명 운동 전체를 탄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불행히도 그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파업의 배후에는 무슬림 형제단의 배후조종이 있다’면서 모든 파업을 금지하려 하고 있다. 군부는 무슬림 형제단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모든 혁명 세력을 탄압하고 있다.”

배후조종

또 그는 오늘 기자회견의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를 얘기했다.

“군부에게는 아파치 헬기와 탱크가 있지만, 그들은 무적이 아니다. 2011년 1월 병사들이 시위대에 합류하는 것을 보면서, 내부 붕괴를 두려워한 군부가 한발 물러섰다. 우리는 그처럼 이집트 군부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초석을 놓기 위해 모인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는 말로는 학살을 규탄하지만, 이집트 군부가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쓰이는 군사 원조를 계속 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군사원조를 중단시켜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모든 발언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각 단체의 대표자들이 함께 이집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다.

애초 이집트 대사가 항의 면담을 거절해 항의 서한으로 대신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야비하게도 대사관측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20분 넘도록 항의 서한 접수를 거부했다. 그 동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집트 군부는 민간인 학살 중단하라! 계엄령 철회하라! 미국은 군사원조 중단하라!”를 외치며 항의를 지속했다. 결국 이집트 대사관은 마지 못해 항의 서한을 접수했다.

이집트에서 군부가 학살을 저지르고 반혁명을 일으키려는 것에 맞선 우리의 연대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이집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미진

이집트 군부의 민간인 대량학살 규탄 기자회견문

8월 14일,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복귀를 요구하며 농성하던 민간인 수백 명을 대량학살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이집트 정부의 공식발표로도 사망자는 6백 명에 달하고,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 역시 수천 명에 달했다.

언론에 따르면 작전 개시 40분 만에 대부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사전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한 것이다.

국내외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이집트 군부는 16일 또다시 민간인 2백 명 가량을 대량학살했다. 현지 시민단체에 따르면 14~16일 사흘 동안 사망자가 1천3백 명에 달한다.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2011년 이집트 혁명 18일 동안 사망한 8백여 명보다 절반 이상 많은 것이다. 7월 3일 군부가 권력을 잡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이 총 2천5백 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집트 군부는 이런 대량학살 자행한 후 뻔뻔하게도 희생자들이 ‘테러범’이라며 이집트 국민과 전 세계를 속이고 있다. 그러나 현지 활동가들은 희생자 압도 다수가 평범한 빈민들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군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대량학살이 계속될 위험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또한 2011년 혁명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계엄령을 다시 발동해 시민들을 제한 없이 구금하려 한다. 언론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노동자 권리 등도 억압하고 있다. 계엄령과 각종 권리 억압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

이집트 군부의 이런 억압 통치는 이집트를 2011년 혁명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애초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독재자 무바라크를 석방한 것, 혁명으로 폐지했던 비밀경찰을 부활한 것, “이번 기회에 치안 상태를 무바라크 시절로 되돌려 놓겠다”는 장관의 발언은 이런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미 군부는 총구를 무슬림형제단에만 겨누고 있지 않다. 이집트 혁명에서 노동자들은 최선두에서 싸웠는데, 지금 이집트 군부는 노동운동도 탄압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에즈 철강 노동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협상을 준수하라고 파업 시위를 벌이자, 군부는 개입해서 그 지도부를 파업선동죄로 체포했고 처벌하려 한다.

한편 이집트 군부의 대량학살은 미국이 35년째 제공하고 있는 막대한 군사 원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집트 군부는 바로 미국이 준 돈으로 미국 무기를 구입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대량학살을 목도한 뒤에도 여전히 이집트에 제공하는 13억 달러어치 군사 원조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즉각 이집트 군부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의 광주민주화항쟁은 그 어떤 잔혹한 학살도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군부의 대량학살에 맞서 혁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집트인들과, 그리고 전 세계 민중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

-이집트 군부의 대량학살을 규탄한다.

-이집트 군부는 계엄령을 즉각 해제하라.

-이집트 군부는 언론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노동자 권리 억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미국은 이집트 군부에 대한 모든 원조를 즉각 중단하라.

2013년 8월 27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