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8월 29일자로 새로 게재된 글입니다.


국토부가 철도공사 임원 추천위원들에게 외압을 가한 사실이 폭로되자, 항의가 급속히 확산돼 결국 정부는 철도공사 사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수서발KTX 법인 설립을 서두르기 위해 철도공사 ‘민영화 사장’ 선임을 밀어붙이려던 박근혜 정부가 반발에 밀려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것은 철도노조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 운동을 벌여 온 성과다.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은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할 정도로 광범하다. 수만 명이 모인 8월 17일 촛불집회에선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지지해 달라’는 철도노조 위원장의 호소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민영화 반대 여론이 확산된 결과로 민주당도 당내에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박근혜는 안 그래도 심각한 정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런 광범한 철도 민영화 반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국정원 정국이라는 정치 위기 속에서 ‘민영화 사장’ 낙하산까지 강행했다가 부패 정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될까 봐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철도공사 사장 재공모는 철도 민영화의 일시적 지연이다.

철도공사 사장 재공모를 발표한 이틀 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철도공사에 공문을 보내 사장 공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길어야 한두 달 정도 기간을 지연한 것일 테고, 재공모 절차를 밟아도 또 다른 민영화 추진 사장을 낙점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이미 철도의 곳곳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1인 승무 확대, 강제 전보, 외주화 등 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를 위한 공격은 철도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민영화 추진 때 전 단계로 반드시 수반되는 과정이다. 이런 조치들은 분할 민영화를 쉽게 하는 데 필요한 절차다.

정부는 철도시설공단의 유사기업 사업별 통합 등을 통한 대규모 예산 절감을 ‘공기업 예산절감의 바로미터’로 삼아 철도공사에 더 한층 강력한 구조조정을 압박할 것이다.

경계

따라서 ‘민영화 사장’ 낙하산을 일단 저지했지만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잠시 한 발 옆으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금세 전열을 재정비하고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수서발KTX 법인 설립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신흥국 외환위기 확산이 우려되는 현 상황만 봐도, 해외 자본의 신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박근혜 정부는 결코 민영화 계획을 취소하거나 무한정 미뤄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박근혜는 깊어가는 정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내란죄라는 부풀리기 공작으로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공안탄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박근혜는 이를 통해 촛불을 잠재우고 철도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박근혜는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기업 규제 완화 등 기업 ‘애로사항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볼 때, 9월 법인 설립을 예상하고 준비한 파업 일정을 연기했을지라도 결코 방심하거나 무장해제 돼서는 안 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이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있을 때, 국민 여론을 의식해 파업 돌입을 꺼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허를 찌르며 공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비록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이를 경계하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치사한 뒷통수 치기는 저들이 애용하는 수법이다. 1997년 1월 파업도 당시 김영삼 정부가 연말인 12월 26일 노동자들의 경계가 흐뜨러진 시기에 기습적으로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서 비롯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만에 하나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수서발KTX 법인 설립 등 실질적 공격을 한다면, 주저 없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추석 시기 파업도 불사할 정도로 과감하고 단호한 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

KTX범대위와 전국의 여러 지역대책위들도 연대를 지속하며 함께 싸울 태세를 계속 갖춰나가야 한다.